2003.02.04
눈을 뜨고 든 첫 번째 생각은 오늘 바람은 평소와 다르게 좀 차가울 것 같다였다 어제 억지로 드라이기로 말려 놓은 셔츠가 살짝은 축축했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운 느낌에 야릇한 소름을 느꼈다 몸에 오돌토돌한 점들이 올라온다 음 거리로 나가자 꽁꽁 얼은 두 손을 꽉 쥐고는 주먹 속 조그만 공간으로 숨을 계속 불어넣어 준다 -호호- 바닥에 놓인 물은 자기가 얼마나 추운지 보여주기 위해 꽁꽁 얼어있다 괜히 나도 춥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조금 더 큰 소리로 불어넣어 준다 -호호호- 동상이 걸린 건 아닌지 양말 두 개 속 발가락을 괜히 꼼지락 거린다 -꼼지락 꼼지락- 기침할 때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게 영혼인가 하는 무의미한 생각을 한다 카페가 보인다 이곳에 카페가 있었나 하며 자연스레 들어간다 주머니 속 얼어있는 두 손을 꺼내고 눈을 맞춘다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주문을 한다 여전히 -호호-불고 있다 쉽사리 녹지 않는다 옆사람의 전화를 엿들으며 손이 녹기를 기다린다 손이 녹는다 관절이 자유로워진다 손이 빨개진다 피가 돌고 있다 내 몸속에 있는 붉은 액체가 손으로 모이고 있다 광장에 모인 군중들처럼 피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는다 음 거리로 나가자 뜨거운 라떼를 휘발유 삼아 몸에 부어 넣고 또다시 걷는다 이제는 눈이 내린다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호호- 물은 아까보다 더욱 얼어있다 관절은 다시 긴장한다 그렇게 사라진다 눈길 속으로
확실히 오늘 바람은 평소와 다르게 좀 차가웠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