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서 소리를 낚는 사람
고 3 때 '1996'을 처음으로 사카모토 류이치를 알게 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음악을 종종 접해왔다.
짧은 일본 여행에서 'Happy end' 가 수록된 앨범을 사고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 날의 도쿄를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 그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영화음악 작업이 상대적으로 듣기 쉬워서 즐겨 들었지만, 'CODA'를 통해서 실험성이 강한 곡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의 다양한 곡들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려한다. 철저한 소리에 대한 탐구 그리고 세상에 대한 열린 이해가 음악의 결을 짜임 있고 다양하게 만든다. 자연을 담은 것이기도 했고,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소리로 해석한 천재의 생산물이기도 하다. 그는 피아노의 유한한 소리가 못내 아쉬워 무한한 울림의 다양한 소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무한하지 않은 삶에서 무한한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사람을 더 단단하고 꾸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음악이나 문화가 왜 중요한가 묻는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피해있는 주민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그의 피아노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평화롭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음악이 거대한 비극의 틈에서도 어김없이 사람을 살게 하고, 일어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