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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Oct 22. 2018

쓸모없어도 괜찮다는 용기


7월에 일자리 제안을 받고, 바빴던 8월을 지나 결과보고까지 모두 마무리하니 9월 둘째 주가 되었다.

나라에서 배정된 예산으로 예술행사를 집행하는 과정의 피로함을 가까이서 다시 한번 알았다. 기획자들이 행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요구를 조율하는 힘든 상황의 끝에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있는 것을 보고 모든 게  담담해질 수 있는 호젓한 기분도 오랜만에 느꼈다.

정말로 예술을 응원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고, 돈을 더 치열하게 벌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과 동시에 얼마를 벌든, 얼마나 쓸모가 있는 예술이든 끌리면 일단 해보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지인들이 몇 개의 단기 일자리를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집에서의 거리와 체력 때문에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지난 4년 동안 벌었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돈을 벌었지만, 차마 그 돈을 다 쓰기가 아까워 절반의 금액은 거의 쓰지 않는 계좌에 묶혀두었다.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는 건 너무 좋지만, 일을 하는 과정을 즐길 수 없다면 통장의 돈은 모두 기회비용으로 사라질까 봐 또 그것보다 저질체력에 병원비가 더 나올까 봐. 다시 또 백수다.   

농담처럼 기술을 배우자는 말은, 퀴퀴하게 계속 오래 접혀있는 숙제가 되었다.

우디 앨런의 말이 맞았다. 존재에 대한 고민이 고개를 들기 전에 그냥 뭐든지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것, 사실은 그게 인생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래도 쓸모없다고 느껴졌던 날들이 괜찮았다고 용기내고 다음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니, 위로의 구석이 조금은 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완벽하고 싶은 욕심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아무리 다들 괜찮다고, 잘했다고 해도 만족을 모르는 검고 깊은 속은 어찌 다스려야 할까. 요즘 내 최대의 시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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