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습작기행
가난하게 살아도
버릇없이 꿈을 꿉니다
사람을 싫어하던 제가
사랑을 기다립니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꽃이 필 것 같습니다
드디어 꽃이 필 것 같습니다
여기 작게 세상을 만듭니다
꿈꾸는 이들이 모두 해맑게 뛰노는 세상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가난한 제가 겁 없이 버릇없이
그 세상 사 가지고 여기로
오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세상이, 삶이
이 좁은 방안이
이렇게 평화롭고 고요하여도
스스로 침을 뱉어
불안을 키워낸다.
내가 가진 유일한 장기다.
고통 없이 자란 불안은
목적이 없다.
허공을 겉돌다 심장을 파고든다.
속 안에 작은 구멍이 느껴진다.
무언가 빠져나가는 것도
아프진 않다. 조금 허 할 뿐.
아프진 않다. 정말 아프진 않다.
한숨 닮은 하품, 한 번
아니 두 번,
이제 잠에 들어야 한다.
다시 내일을 맞으러 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방문 한 번 열지 않았다.
쓰레기 더미 속
무명 화가의 그림
안갯속 초록빛을 뽐내며
한 남자가 서 있다.
가느다란 눈. 비뚤어진 코. 마른 입술.
악취가 난다. 시체를 그렸나.
그림 속 남자 터벅터벅 걸어온다.
입술이 멋대로 움직인다.
가느다란 눈. 비뚤어진 코. 마른 입술.
악취가 난다. 시체를 그렸나.
부끄러움 이기고
손 흔들어 세운
택시 한 대
아저씨, 집으로 가주세요.
돌아오는 손님 없다고
휙 지나가버리는,,,
집은 너무 멀어 할 수 없이
돌 하나 집어 들고
불 꺼진 꽃집 향해
사이렌 소리
발자국 소리
한수움 소리
죄송해요, 집에 가고 싶어서 그랬어요.
텅 빈 광장에 쏟아지던 빛
한 순간 단 하나의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눈앞에 없던 네가, 아지랑이 아지랑이
닿는 거라곤 안쪽 손바닥뿐이었고
울면 안 되는데 그럼 저기 있는
어린 얘들이 분명 놀리러 올 텐데
울면 안 되는데 그러면 여기 있는
마지막 그림자도 사라질 것 같은데
사라진 이름이 있어
처음 그 이름을 지은이는
펑 펑 울었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해변에 떠밀려 온 건 전부 신기루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전부 사라져 버리거든
줬다 뺐는 건 정말 치사한 건데
쟤는 참 맑게 웃고 있어서
침을 뱉을 수가 없었지
껌뻑이던 가로등, 너는 돌을 던졌고
불쌍하다 말했지만 그게 참 멋져 보였어
너를 따라 나도 돌을 던져 봤지만
나는 별로 멋이 없었어.
어지러운 건 내가 아니야 세상이야 봐 봐
얽히고설켜서 윙 윙 왕 왕 월 월 으르렁 으르렁
사라진 이름이 있어
피에스타. 그녀의 피로 물든 해변의 축제
질식하고 싶은 날이야.
숨기고 싶던 마음
동시에
들키고 싶던 마음
쓰고 있던 것은
불순한 의도뿐이었는데
계속 쓰고 싶어요
계속 숨기고 싶어요
계속 들키고 싶어요
그래 네 말이 맞았어
쓰는 건 병이었어
정신이 썩어가
그래도
... ---...
말리지 말아 주세요
... ---...
다가오면, 죽여버릴 수도 있어요
펜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세상은 거대해서
나를 지키기엔
나는 너무 작고 연약해
어디선가 네가 나를 읽는다면
네가 여기서 나를 읽는다면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