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습작기행
피도 흘렸고 마음도 먹었습니다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시기만 하면
마른 가뭄에 침 뱉어가며 살았습니다
서러움에 눈물 흘리면 그날은 다행이었습니다
저에게 와 주실거죠? 저를 찾아주실거죠?
저 여기 있습니다 저 여기에만 있습니다
제가 품고 있는 것을 봐주세요
이렇게 환합니다 눈을 잃어도 좋은 것입니다
몸을 팔아 산 십자가에 기도드립니다
저를 찾아주세요 저를 구해주세요
십자가의 색이 눈물로 진해집니다
지친 저는 죽고 싶은데 간절합니다
기다립니다 오늘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오시기만 하면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 여기에만 저 여기에만 있습니다
바스라져 씨앗 품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미워하신들 그대 세상에 저는 없습니다.
홀로 십자가 주워 들고 뒤돌아 떠납니다.
숨 멎고 받을 것 필요 없습니다.
숨 쉴 때 이 세상 가져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를 그대보다 사랑하고
그녀를 그대보다 사랑합니다.
저는 삶을 지켜야겠습니다.
신념이나 사상 따위
곰팡이 피어 문드러진지 오래
관심 없습니다.
뒤돌아 정확히 그대 반대편으로 떠납니다.
미워하세요. 안타까워하세요.
처음부터 아셨잖아요.
그대에게 못 박을 사람 저라는걸.
불빛이 왔다 사라지고
소음이 왔다 사라진다
경계선 하나 없이
바로 코 앞에서
툭 툭 툭
시공간의 존재를 느낀다
어머니가 방문 열고 들어와
불 좀 키고 살라며 꾸짖고 가신다
엄마- 하고 불렀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대로 멈춰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역겹다 슬프고
슬프다 역겨웠다
무엇을 써내어도
허전하다 아니 허무하다
더 이상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
더 이상 나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나는 글과 멀어져간다
그렇게 오랫동안 쉬던 숨과 멀어져간다
눈을 잃고 심장을 버렸다
꿈을 잃고 세상을 지웠다
축제를 열 시간이다
사람 답게 살 시간이다
호흡으로 사랑을 얻고
호흡으로 무정을 뱉고
호흡으로 기억을 밟고
호흡으로 구원을 받고
호흡으로 그릇을 깨고
초라하게 칠 획 뱉고서 사라졌다.
전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