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쉼표
아무것도 아
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날입니다
오늘은 무서운 날입니다
아무나 툭 하고 건들면
아무런 저항없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어제 제게 했던 말을 다시 해주세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손을 뻗으면 나 이제 그 손을
잡을 것 같아
쓰러지듯 쓰러지듯
말합니다
저랑, 삿포로에 갑시다
약속해주세요
사랑한다고
영영
사랑한다고
검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제
목
제 발
숨 좀 끊어주세요
오늘 그대가 손을 뻗으면
나 이젠 그 손을 잡을 것 같아
쓰러지듯 쓰러지-듯
말합니다
저랑, 삿포로에 갑시다
- 김필선, <삿포로에 갈까요>를 들으며
초침이 문을 닫고
난
너를 본다
완벽한 적막
속
가로등 불빛
흰 속살에
돌아
겁없이 시작했다
시작
했다
지금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지금
오직 너와 나만의
세-상
여기
그래
거기
그래
우리
부끄러운 숨
가득
뿌리고 도망치자
아무도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절대로 절대로 우리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뿌리고 도망치자
가득
부끄러운
숨
우리
그래
거기
그래
여기
세-상
오직 너와 나만의
지금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지금
걸음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맨발로 유리 조각을 밟아도
즐겁기만 했다
세상은 둥글다고 했는데
이리 보니 다각형인듯하다
곳곳에 피가 묻어 있다
비를 맞은 채 바람을 맞았다
감기에 걸렸다 독한 감기였다
살이 모잘라 뼈가 떨렸다
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저기 보이는 꽃이 나를 불렀다
가만히 숨을 멈추면 콧노래가 나왔다
네가 오기 전까지
네가 오기 전까지
가난이 살을 찌워 매달린다
발을 뻗으면 뼈가 으스러진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보려는데
아
아
이해한다 곳곳에 묻은 피를
이해한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고 했던 그 말을
이해한다
여름 다음에 가을이고
가을 다음에 겨울인데
우리 생은 사계뿐이라 다음이 없다
아
아
박하 향이 난다
전부 꿈이었다
부질없는 꿈이었다
저기 보이던 꽃이 뒤에 있었다.
삼남매 막둥이 막내아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세상으로 왔습니다
거긴 보일러가 터지고
벌레가 기어다녔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막둥이 아들을 보구
아이구 아이구 이뻐만 하십니다
어머니 막둥이는 안 된다면
때리지 말라구 자기를 죽이라고 소리치십니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보라색 꽃은 다 슬픕니다
어머니 몸에 핀 꽃도 슬픕니다
삼남매 막둥이 막내아들
삼남매 막둥이 막내아들
울면 어머니 몸에 꽃이 핍니다
소리 없이 우는 법 걸음마 떼기 전 배웠습니다
삼남매 막둥이 막내아들
삼남매 막둥이 막내아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빙빙 세상이 돕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제게 사랑을 백번이나 말하셨습니다
빙빙 세상이 돕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저보다 많이 우셨습니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방금 나에게 뭐라고 말했니?
미안해 네 말이 잘 안 들려
어차피 네가 원하는대로
되는 일은 없어
난 흔한 청개구리야
저기 보이는 절별 아래로
떨어져 줄래?
그래 시원할거야
내가 지나온 길 뒤로 못을 뿌렸어
음음 이제 뒤로 돌아서 다시 걸을래
자기야, 그래도 날 사랑해주라
이런 멍청함도 사랑해주라
바보 같다고 말을 해도
사실 내 모든 숨은 너 하나만을
향하고 있거든
네가 이걸 몰라도 괜찮아
난 너의 그런 멍청함도 사랑하거든
그러니까
너도 날 사랑해주라
스스로 무너지고 스스로 부서지는
이런 멍청함도 사랑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