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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19. 2024

한여름 밤의 꿈이었으면...

3부 상해버린 여름 저녁 반찬

 우리를 부르는 밤이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식던 한 여름의 밤

 초록이던 것들에 독이 퍼지던 거리


 흔한 가로등도 없는 곳에서

 불을 붙이고 네 손을 잡았다.


 너는 아무도 없어 다행이라 말했고

 나는 아무도 없어 불안하다 말했다.


 미세먼지는 나빠서 하늘을 훔쳤고

 우리도 나빠서 서로를 훔쳤다.


 좁은 거리를 울리던 울음소리

 숨어있던 고양이도 함께 울었다.


 퍼진 독이 우리를 덮쳐 어두워지던 순간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뚜 벅 뚜 벅

 내려가 있던 것을 올리고 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가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줄행랑을 친다.

 

 짙은 그림자 사이를 빠져나와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 


 사거리 횡단보도

 너와 나는 갈 길이 다르다.


 너는 사람이 많아 다행이라고 말했고

 나는 사람이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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