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깨기
1.
일탈
우선 최근에 스레드에 적었던,
나의 작은 일탈 몇 가지를 소개한다.
나의 작은 일탈 #1
*운동장 트랙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왜 모두들 반시계 방향으로만 뛰는 거야?
난 반대로 달려, 참고로 난 왼손잡이는 아니야,
그래도 왼손 젓가락질도 연습해서 잘하지.
나의 작은 일탈 #2.
*잠시 멈춤 : Pause의 순간
이건 내가 고3 때 교실에서부터 시작한 거야
마치 음악 플레이어의 pause 버튼을 누른 듯, 나를 멈추는 거야. 눈은 초점 없이 뜨고, 숨은 되도록 가볍게 쉬고, 그냥 그대로 나의 모든 걸 멈춰.
세상은 움직이고 나만 멈춰있는 거야. 영화에서 세상은 멈추고 나만 움직이는 것과 반대이지. 그리고 유체이탈 하듯이 내가 몸을 빠져나가 나와 나를 둘러싼 상황을 바라봐.
가벼워진 정신은 작은 먼지들과 공기의 무게를 느껴. 보통 2~3분 멈춰있곤 해. 목적이나 이유는 없어. 일종의 해방감, 해탈감이 느껴지기도 해.
나의 작은 일탈 #3
*눈 감고 길 걷기
이것도 나의 아주 오랜 습관 중 하나
우선, 위험한 상황에서 하지는 않아. 안전하고 넓은 공간에서 시작해. 앞을 쭉 살핀 후 눈을 감고 길을 걷지
걷다 보면 불안감이 엄습해. 맞게 가고 있나, 장애물은 없나? 초반에는 실제로 많이 넘어졌어. 요즘은 가끔 눈을 깜빡 뜨고 앞을 살피고 눈을 감은 후에 다시 걷지
(왜? 눈을 뜨고 걸어도 가끔 눈을 깜빡이잖아)
눈감고 길 걷기는 인생과 같다고 생각해.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해. 때로는 잠시 눈을 깜빡이듯 앞날을 내다볼 기회도 생기지. 그러면 다음 걸음들은 더 안심하고 걸을 수 있어. 그리고 옆에 눈뜬 사람이 같이 걸으면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
2.
껍질
너무 매끄러운 일상에 불편함을 느낀다.
매끄러운 달걀 껍질 안 속에 갇힌 느낌,
알에 갇힌 어린 새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나를 둘러싼 껍질은 단단해서 깨고 나올 수 없다.
그 껍질은, 바로 일상이다. 그 껍질은, 바로 인생이다.
안쪽에서 껍질을 가만히 긁어 본다
껍질에 가만히 낙서를 해본다.
음주는, 껍질을 안에서 두드리는 행위이다.
노래는, 껍질을 안에서 두드리는 행위이다.
춤은, 껍질을 안에서 두드리는 행위이다.
일탈은, 껍질을 안에서 두드리는 행위이다.
나는 오늘 술을 마신다.
나는 오늘 노래를 부른다.
나는 오늘 춤을 춰본다.
나는 오늘 일탈을 해본다.
비록 이 행위로 껍질을 깨고 나갈 수는 없어도,
껍질을 두드리는 행위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언젠가 껍질을 깨고 나가는 날,
나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일상과 일탈은 맞닿아 있다.
일탈을 해봐야 일상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일탈을 해봐야 일상의 부조리함도 알 수 있다.
- 일상 & 일탈 전문가 파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