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직장인(#14)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 같은 날에 해본 생각
A가 나에게 B에 대해 불평하고,
B가 나에게 A에 대해 불평할 때.
그리고 단순히 한쪽 편을 들 수도 없을 때.
A, B 둘 모두와도 관계를 끊을 수 없을 때.
둘 모두가 나의 상위자 일 때…
참으로 ‘곤란하다.’
평범한 인간관계라면,
취사선택을 하여 한쪽 편을 들거나,
아니면 둘 다 그냥 안 만나면 그만.
그러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인간관계 종료의 자유를 박탈당함에 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둘은 나에게 한쪽 편을 들어주기를 원한다.
물론 줄을 잘 서서… 소위 말하는 라인을 잘 타서 잘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잘못 줄 섰다가는 함께 찬밥신세 되기 마련.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둘 다에게 미움받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참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전반적인 상황은 유사하나 실제적인 내용은 다를 테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터이니…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의 글이다.
출세하기 위한 답은, ‘라인 잘 서서 편들자’이겠지만,
나의 답은 ‘소신 껏 하자’이다.
어쩌면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다. 내가 작가이자, 독자인 글.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건 덤이다.
양쪽 귀에 다른 말들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보기 위해 정리해 본 생각들.
1. 경청 : 양쪽이 하는 말을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고 듣는다. 물론 주관성에 의해 사실이 재해석되었겠지만, (사기꾼이 아니라면) 각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말은 사실이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며, 가치관과 생각의 방식, 그리고 목적도 다르다. 나의 어림짐작이 아닌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들어보자.
2. 이해 :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자. ‘이해해 보자’가 아니라 ‘노력해 보자’이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사람의 입장은 무엇인지, 나에게 하는 말 이면에 어떤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석해 보자.
3. 반응 : 불평의 말은 동의를 구하는 말로 이어진다. 다만 나의 동의가 3자를 함께 불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불평하고 있는 사람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정도는 어떨까? 앞선 이해 단계에서 느낀 바가 있으면 보태어서 공감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4. 입장 :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상대방이 불평에 이어서 나의 공감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나의 입장을 물어볼 때…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은 이 단계가 오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물어보지 않는다면, 굳이 한쪽의 입장을 두둔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으로 ‘라인’을 탈 목적이 아니라면…
서양 문화에서라면 상하관계에 상관없이 평등한 위치에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겠지만, 한국의 ‘수직문화’에서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눈치’를 보게 되고, 말을 가려서 하려고 ‘조심’하게 된다.
한국의 수직문화와 관련하여서는 나의 책 “Why I hate 세종대왕!” 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whiihatesjdw
소신 껏 나의 입장을 Fact 기반으로 이야기하되, 나는 여전히 같은 편인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만의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
믈론 A이든 B이든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나의 생각도 본인들의 생각과 동일하고, 같은 입장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조심스럽게 말하였더라도, 나의 소신이 상대방과 다를 때, 상대방이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잘못하면 나와의 언쟁으로,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소신을 지키고 일한다면, 그래도 모두에게 ‘소신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나의 소신 발언에 불쾌해 했던 누군가도 언젠가는 나의 가치를 인정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들의 인정을 넘어서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 삶을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심적으로 건강하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권력자들이, 소신에 담긴 Fact 보다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소신 있는 사람보다, 정치적인 사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제시한 답은 출세를 위한 답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순수하다(?) 아니 순수하고 싶다. 스스로 비판하던 아첨꾼이 되어 출세를 한다 한들 얼마나 행복하랴?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소신을 지키려 한다.
”새우 등 좀 터지면 어떠랴? 이미 단련되어 있다.”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더 단련이 필요한 것 같다.
대한민국 직장인등 파이팅! 함께 힘냅시다. 그리고 커서 고래가 되었을 때, 제발 애꿎은 새우 등을 터트리지 맙시다. 새우 등은 식당에서만 터트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