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스마트폰 그만하고 싶어요. 그런데 생각만 하다가 결국 안되요."
"게임을 끊고 싶은데 막상 그거 안하면 할 것이 없더라구요. 심심해요."
"스마트폰 하는 시간에 공부했으면 아마 전교 1등 했을껄요.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좀 불안하고 자꾸만 생각이 나요."
"매일 5시간? 6시간? 정도 하고 있어요. 게임하다가 지루하면 유튜브 보고 유튜브도 지루하면 인스타 돌아다니고 그래요. 잠들기 전에 늘 후회해요. 멈추는게 힘들어요."
"줌으로 수업 할때 화면 밑에 스마트폰 놓고 게임한 적 많아요."
스마트폰 디톡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를 하면서 만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말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재미 있어서 자꾸만 들여다보다가 결국 중독으로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꾸만 생각이 나는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중 몇 명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부모님과 갈등중이었다. 아이는 더 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자꾸만 스마트폰을 가져가거나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0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테블릿PC,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접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수업, 잠자고 밥먹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질 못한다.
아이들도 스스로 잘 알았다. 스마트폰을 많이 하고 있지만 멈추기가 힘들다는 것을. 그 시간에 공부를 더했으면, 책을 더 읽었으면, 가족과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이중 마음이 내면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리터러시 연구소 리랩에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100명 중 10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소지 비중은 100%였다. 소지하지 않은 청소년은 아예 없었다.
강의를 하면서 만난 부모님은 사주고 싶지 않아도 "우리 아이만 없으면 왕따 당할 것 같다" "걱정이 되지만 남들 다하니까 사줬다" 등 다른 아이들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데이터는 10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소지율 비율이 높은만큼 부작용을 겪는 비율도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5시간이 41%로 제일 높았고 다음이 5시간 이상이 35%나 차지했다. 둘을 합치면 76%나 된다. 영국의 왕립보건소아과학회(he Royal College of Paediatrics and Child Health)는 지난 2019년 가디언지를 통해 스크린 타임(스마트폰, 컴퓨터, TV 사용시간)이 2시간 이상이 되면 우울한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교육, 수면, 신체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압도적인 스마트폰 사용량은 우울증 등 정서적인 측면뿐 아니라 거묵목, 팔저림, 시신경 과다 노출 등 위험을 안고 있다.
스마트폰을 주로 언제 보냐는 설문 질문에는 무려 64%가 "틈만 나면 계속본다"를 선택했다. 저녁이후가 24%, 혼자 있을 때만은 10%를 차지했다. 주말에만 본다는 학생은 고작 1%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것은 유튜브 등 미디어 시청이 26%, 인스타 등 SNS 23%, 음악 듣기 등 취미활동 21%, 카카오톡 채팅 20%, 모바일 게임 9% 등의 순이었다.
가장 즐겨보는 미디어 채널은 유튜브 54%, 인스타 등 SNS 41%, 포탈사이트 2% 등 유튜브와 SNS를 사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마트폰을 한다는 것은 곧 유튜브와 SNS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다.
유튜브를 통해서 어떤 종류의 채널을 많이 사용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인풀루언서나 연예인의 개인방송이 27%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음악, 댄스 등 취미활동이 22%, 게임방송 19%, 먹방 프로그램이 18%를 차지했다. 강의를 듣는 비중은 고작 12%로 답변 중 꼴찌다.
"스마트폰으로 공부해요"하는 답변을 들은 부모님이 있으시다면 동상이몽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강의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흥미유발의 채널로 바로 돌아갈 확률이 그만큼 높다.
유튜브 신뢰도도 높았다. 절반 정도 신뢰한다는 답변이 55%, 70% 신뢰한다는 답변이 30%를 차지했다. 100% 신뢰한다는 답변도 4%나 됐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시청한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49%가 있다고 답했다. 동영상 등 미디어 비판 및 비평 교육이 절실한 대목이다. 믿는다는 것은 정신세계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고 스마트폰을 안하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이 드러나는 설문도 있었다. "과한 미디어 중독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냐"는 질문에는 학업에 오랜시간 집중하기 힘들다가 50%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이 미디어 시청을 안하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가 49%나 됐다.
SNS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를 위해서"가 63%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혼자 있을때 심심해서"가 59%나 됐다. 다음이 유행에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28%, 학습 취미 등 정보 취득 25%,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고 싶어서가 16%다. SNS는 관계소통망인만큼 온라인에서의 관계 맺기도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온라인의 활동이 오프라인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SNS, 단체 채팅방 등 사이버상에서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학교 등 오프라인에서도 영향을 미치나요?"라는 질문에 영향이 많다가 33%, 어느 정도 있다가 46%로 나타났다.
리랩의 설문에서 유의미해 보이는 것은 청소년들 스스로가 사이버상의 언어사용, 사진 동영상 사용 등에 대한 예의 교육 및 윤리성, 도덕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이 필요하다는 비중이 82%나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디지털 및 미디어의 이해와 정보의 판단력,
분별력,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없다"가 무려 74%를 차지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면,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으신가요?"에는 "타인과의 교류를 위한 SNS 예절교육과 피해를 입었을 때의 대처법"이 49%로 1위를, "미디어의 총체적인 이해와 역사, 생태계 구조,역할 등 정보습득"이 26%로 2위를 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형태는 "시인 소설가 등 작가들을 통해 텍스트를 이해하는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 36%, "언론사 기자 출신 강사를 통해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가 28%였다. 다음이 동영상 제작 전문가에게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실습해보고 싶다 19%, 미디어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가 17%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실태 조사 설문조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스크린 타임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유명 가수를 좋아하듯 온라인을 통해 유튜브와 인스타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다. 거기에 오프라인에서의 친구관계 만큼이나 SNS를 통한 관계 맺기에도 열중했다.
그들은 이 와중에도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하고 사이버 상에서의 윤리 도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반가운 대목이다.
"너는 왜 스마트폰만 하고 어른 말을 안듣냐?"하는 어른들 만의 프레임 가득한 시선보다는, 그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컨트롤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의 하나로 가족은 물론 친구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현상인 ‘퓨빙’(phubbing)은 우리 아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에서 방치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퓨빙은 전화기의 ‘폰’(phone)과 무시하다는 뜻인 ‘스너빙’(snubbing)을 합친 말이다. 주변 사람을 신경쓰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현상을 뜻한다.
아이들에게 퓨빙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기 전에 그들이 안전하게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어른들이 먼저 챙겨줘야 할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전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자녀와 갈등이 생길까봐, 혹은 교육 방법을 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을 내버려둔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리랩의 10대 청소년 대상 스마트폰 중독 설문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