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실태] 엄마! 엘사가 이상해요

by 미놀

"엄마! 엄마! 엘사가 이상해요!"

회사 다닐 때 친했던 후배의 이야기다.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후배는 스마트폰을 바로 들여다 봤다.

"정말 이상하네"

유튜브 동영상 속 엘사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성인물로 둔갑해 유튜브에 버젓이 나오고 있었다. 후배가 잠깐 집안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엘사를 보여줬는데 이어지는 동영상이 이런 식이 었던 것이다.

"선배, 이게 가능한 얘기예요? 분명히 유튜브 키즈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죠?"

후배는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숨도 고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유튜브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동영상물이 많은 터라 일제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키즈용이 있어 안심하고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아예 안보여줄 수도 없고 걱정이 크다고 했다.

지난 2017년에 크게 이슈가 됐던 일명 '엘사 게이트' 사건에 후배와 후배의 아이도 좋지 않은 경험을 한 것이다. 당시 엘사 게이트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클릭수를 높여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다지만 우연히 해당 동영상을 클릭한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유튜브 측은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적으로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또다시 생기지 않으리라는 믿음 보다는 이게 시작인가 하는 불안감이 더 커진 사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6월 여성가족부가 2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중·고등학교 학생 1만 7140명 중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이 47.5%로 2020년 37.4%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다시 이번 조사에서 40.0%까지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이용한 매체는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가 96.7%로 가장 많았다.

과거의 데이터를 봐도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DQ(디지털 지능)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아동 온라인안전지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2020년 1월까지 30개국, 14만5000명 아동과 청소년을 분석한 결과 8~12세 아동 중 60%가 사이버불링, 게임 과몰입, 위험한 콘텐츠, 위험한 접촉 같은 디지털 위험을 적어도 하나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위험의 유행과 패턴은 국가, 문화, 지역을 넘어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이었다. 전 세계에 인터넷 망이 퍼져 있으니 IT기술이 발전한 나라는 모두가 껴안고 있는 공통의 사회적 문제다.

유해한 미디어의 노출에도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몰입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는다. 과몰입으로 일명 '노모포비아'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상태인 No mobile과 공포를 뜻하는 phobia를 합친 말이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금방 불안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며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008년 영국에서 이 단어가 처음 시작됐다. 당시 영국 우체국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배터리 방전, 휴대전화 요금 제한으로 추가 사용이 원활하지 않을 때 불안한 증상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태어나자 마자 디지털 환경에 놓인 아동 및 청소년 세대가 더 많이 겪고 있는 중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3년 5월 각종 국가승인통계 중 청소년 관련 내용을 발췌 또는 재가공한 '2023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0대 청소년 5명 중 2인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2018년 29.3%에서 4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란 스마트폰 이용 조절 능력이 감소해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유튜브 컨텐츠는 신경을 더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스마트폰 중독 증상은 더 커지고 있다. 이 기세가 언제 하락할지 정말 궁금한 대목이다. 하락할수는 있는 것일까.

미디어와 스마트폰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는 힘이 없지만 그래서 더 강한 청소년이 있다면, 성인이 있다면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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