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부작용 2] 신개념 돌잡이 디지털기기

by 미놀

6월의 한가운데쯤 되면 나의 생일이 있다. 지금은 멀리있는 가족들과 카톡 메세지로 축하를 받곤 한다. 그러나 어렸을 적엔 '돌잡이'로 무엇을 잡았는지,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낳았는지 등 추억이 가득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내가 잡은 돌잡이는 연필이었다.


연필은 '공부를 잘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여자 아이가 연필을 잡아서 어디에 써먹나 하는 걱정스러운 시선도 함께 받아야 했다.


어쩌다 한 번씩 연필을 쓰는 날이면 으레 돌잡이었던 연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행위인 돌잡이는 정말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정말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될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을 꺼다. 요즘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돈'을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지인들과 조카의 돌잔치를 보면서 돌잡이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다. 심사임당 혹은 세종대왕이 그려진 지폐를 이리저리 흔들며 1살을 맞은 아기가 돈을 잡기를 유도하는 걸 본적이 많다.


아기는 돌잡이 쟁반에 모여 있는 판사봉, 계산기, 명주실, 연필, 청진기, 마이크 등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져도 보다가 결국 부모가 이리저리 흔드는 지폐를 휙하고 낚아챈다. 그러면 이를 구경하던 어른들은 큰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 갈채를 보낸다.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인 세상이다.


돌잡이는 물건을 인식하게 되는 1살때 돌잔치에서 주로 하는 행사다. 이 시기 아기는 물건이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물건을 만져도 보고, 입으로 가져가 보기도 한다. 호기심이 가득하다.


이런 행위를 하면서 부모와 어른들의 반응도 살핀다. '낯'을 가리면서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돌잔치때 아기는 처음보는 많은 사람들에 휩싸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2010년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알파세대는 1살이 되기 전부터 셀프 돌잡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디지털 기기'다. 0세부터 태블릿PC, 부모의 스마트폰에 노출되면서 '디지털 돌잡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한국교원대 산학협력단의 ‘2022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자료 및 콘텐츠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 학부모 21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3~5세 유아 절반 이상이 24개월이 되기 전에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1명가량은 돌 이전부터 디지털기기를 접했다. 돌잡이를 하기 전부터다.


이 설문에서 자녀가 ‘13~24개월 이하’일 때 디지털기기를 처음 접했다는 답변이 42.5%로 가장 높았다. ‘0~12개월 이하’인 시기에 디지털기기를 처음 접한 비율도 11.8%나 됐다.


자녀의 일주일 평균 디지털기기 사용 일수에 대한 질문에는 ‘매일’(40.7%) 사용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주 1∼2일’(23.0%), ‘주 3∼4일’(21.0%) 등의 순서다. 하루 평균 디지털 기기 이용 시간은 ‘30분 이상∼1시간 미만’이 33.6%로 가장 높았다. ‘1시간 이상∼2시간 미만’ 이용하는 비율도 33.2%를 기록했다.


학부모들은 디지털기기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더 많이 했다. 신체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3.74점으로 세부 항목 아홉 가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언어 발달·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는 인식은 2.81점으로 가장 낮았다.


부모들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기를 계속해서 돌볼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기와 떨어진 상태에서 요리도 해야 하고, 설겆이도 해야 한다. 식당같은 공공장소에 아기를 데려가면 울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기로 유도한다. 부모가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개념 유모인 셈이다. 식당에 가면 디지털 기기를 보는 어린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유모가 제일 효과적이예요."


스마트폰을 주는 부모들에게 주는 이유를 물어보면 위와 같은 대답이 금방 돌아온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엄마 대신, 아빠 대신 아이를 조용히 할 수 있게도, 울음을 그칠 수 있게도 한다. 그 어떤 육아용품보다 아이를 달래거나 주의를 환기시킬때 훨씬 효과가 있는 것이다.


위의 설문조사를 보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면서도 '걱정'하는 마음이 한켠에 꽉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왠지 안될것만 같은 그런 느낌은 지울수가 없어 보인다.


부모님 여러분, 당신들의 촉은 맞습니다.


인간의 생애 주기중 뇌발달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골든 타임이 출생 후부터 3년까지다. 이 시기 뇌는 다양한 경험과 자극들로 인해 초고속으로 발달을 한다. 적절하면서도 긍정적인 자극이 있어야만 인지와 정서발달 등이 골고루 이뤄진다.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긍정적인 자극이 발달을 촉진시키지만 부정적인 자극은 오히려 뇌의 발달에 방해가 될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일으킨다.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부모들이 쉽게 아이게게 주고 있는 디지털기기다.


1. 디지털 스크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우리의 뇌는 골고루 일을 하는대신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 부분만 집중하게 된다.


이때 뇌는 쓰지 않는 시냅스를 과감히 정리한다. 이것을 시냅스 가지치기라고 한다. 시냅스(Synapse)는 신경세포접합부라고도 불리는데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을 말한다.


그동안 사용되지 않는 신경망의 일부는 가지치기가 되어 우리 뇌에서 사라진다. 즉 정리된 시냅스는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2. 후두엽의 과도한 발달로 전두엽(인지 등 통합조절기능)과 두정엽(감각), 측두엽(청각) 등은 상대적으로 일을 덜하면서 발달이 늦어진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두엽의 발달 부분이다. 전두엽은 인지, 언어발달, 판단, 기억 등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이를 방해한다. 언어가 느리거나 대화를 통한 소통 부분이 잘 되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의시해봐야 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한 지능검사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는 15% 지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마트폰은 즉각적이고 손쉽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점 때문에 뇌의 쾌락 중추를 과도하게 자극하게 된다.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많아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디지털스크린타임이 긴 3~5살 아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이 아이들의 뇌MRI를 찍어본 결과, 뇌 백질의 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백질이 발달해야 신경회로와 신경세포가 강해진다. 뇌 백질 밀도가 감소하면 뇌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언어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미국내 9~10세 어린이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뇌 영상 분석 결과, 하루 2시간 넘게 전자기기의 화면을 보는 아이들은 기억력과 언어 능력, 집중력 테스트에서 다른 아이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루 7시간 이상 화면을 보는 아이의 경우 대뇌피질 두께가 정상 아이보다 더 빨리 얇아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3. 감정조절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미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8~36개월 아이 57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격리기간 동안 전자기기 앞에서 보낸 시간을 조사해 사고력과 감정조절 능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전자기기를 오랜 시간 본 아이들일수록 사고력, 감정 조절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알렉산드라 헨드리 박사는 "아이가 흥분했을 때 즉각적으로 전자기기를 보여주면 인내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는다"며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한 아이들이 쉽게 흥분하게 한다 "고 말했다.


국내의 육아정책연구소가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3~5세 유아를 분석했더니 △감정 표현 미숙 △의사소통 어려움 △공격적 △원만하지 않는 또래 관계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아이 수면의 질을 손상하는 것도 아이의 감정 조절력 저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이 연구소는 밝혔다.


4. 팝콘이 열을 만나면 톡톡 터지듯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일상생활에는 무감각해지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되기 쉽다.


팝콘 브레인은 지난 2011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데이빗 레비(David Levy)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뇌는 더 큰 자극을 통한 도파민 분비를 원하며 중독성을 드러낸다. 이로인해 일상생활에는 흥미를 잃고 자꾸만 자극을 찾는다. 한 자리에 앉아서 꾸준히 독서를 하지 못하거나 긴 문장을 읽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과도한 숏폼 영상 시청이 팝콘 브레인이 되는걸 앞당기고 있다. 게다가 틱 유사 행동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릴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뇌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전두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린 아이에게 디지털기기를 쥐어주고 너무 오랜시간 동안 두는 것을 두고 '방임'이라는 사회적 지적이 있다. 이는 그만큼 스마트폰 등이 뇌발달 저하에 엄청난 영향을 줘서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스마트폰 유모가 필요해요"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럼에도 부모들의 단단한 스마트폰 컨트롤이 더욱 필요한 시대다. 어쩌면 돌잡이로 아이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대목일 것이다.


어린아이 스마트폰.jpg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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