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부작용 3]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와요

by 미놀

독서모임에서 한 20대 청년을 만났다.

독서모임은 지역 기반으로 활성화된지 4년 정도 된듯 하다. 서로 모여서 각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공동으로 읽을 책을 하나 정해서 감상평을 주로 이야기 했다. 가까운 커피숍이나 저녁겸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멤버쉽 비용이 따로 들지않고 나가고 싶을때만 이용을 할 수 있어 혼자 책 읽는게 버거워지면 가끔 이 독서모임을 이용해왔다.

독서모임을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책을 읽는 동지가 있다는 것 하나로도 위로가 된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독서 동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감상평이나 감정, 경험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혼자만 간직하기 보다는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반대로 MZ세대 등 다양한 계층의 고민과 그들의 관심사가 응축된 이야기들을 듣는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이런 이유들로도 충분히 반갑다.

그런데 이번엔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다는 청년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 더 없이 좋았던 날이다.

2023년의 8월은 정말로 사상 유래없는 찜통 더위로 기록될 정도로 무더웠다. 독서모임을 나간다고는 했는데 일요일 저녁인데다 더위가 도통 가시실 않아 밍기적 거리다 겨우 발걸음을 땠다. 집에 더 있다간 밀려드는 졸음을 이길 자신이 없어 30분 일찍 집에서 나가버렸다.

"미놀님, 안녕하세요? 제가 실수로 한권 더 산 책 '인스타 브레인' 여기 있어요. 더운데 오시느라 고생하셨나봐요. 이마에 땀이..."

청년은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나를 깍듯하게 맞아주었다.

"새 책인데 저를 줘도 되나요? 에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쿠키 한봉지 선물로 드릴께요. 커피 주문하고 올께요. 잠시만요."

커피와 쿠키를 들고 청년에게로 갔다.

"인스타 브레인 책 너무 궁금했거든요. 디지털 디톡스가 20대 사이에서 유행인데다 과한 디지털 사용이 인간의 뇌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쓴 이 책이 인기가 많아서, 꼭 읽고 싶었어요. 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네, 어떤 것이든 다 좋습니다."

나는 아이스 커피로 목을 축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커피숍의 에어컨 때문인지 금방 시원해졌다.

"인스타 브레인은 과한 스마트폰 사용과 미디어 중독이 인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이잖아요.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 삶의 변화가 있었나요? 가령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줄였다거나."

청년의 눈이 반짝였다. 기다렸다는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저를 헤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은 정말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정보도 바로 바로 찾을 수 있는데다, 재미있는 컨텐츠가 많기 때문에 좋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저의 편협된 생각이었어요. 건강에 정말 안좋더라구요. 일상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치구요. 장점 만큼이나 단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책을 읽고 난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어요."

책만으로도 반가운 사이였겠지만 디지털 디톡스 동지를 만났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의 말에 나의 고백을 이어 나갔다.

"저는 미디어 리터러시 공부를 하면서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했거든요. 디지털은 좋은 게 어마어마 하지만 나쁜 영향도 같이 공존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 저의 행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어쩜 저랑 비슷하시네요."

다른 멤버들이 오기전에 더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떤 부분에서 스마트폰 디톡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뇌에 안좋은 영향? 저처럼 거북이 목에 오십견 걸리는 거? 아니면 SNS로 남을 자꾸 비교하게 되면서 겪는 우울증?"

청년은 취조하다시피 달겨드는 나의 질문에 싫은 내색도 없이 바로 답을 해주었다.

"스마트폰을 쓸 때는 잘 몰랐는데요. 안쓰다보니 덜 피곤한거예요.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챙겨먹고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계속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원인이 스마트폰에 있었어요. 자고 일어났을때 컨디션이 좋으니까 공부하는 시간이나 일상에도 더 집중할 수가 있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대애박. 저랑 같은 것을 느꼈네요! 스마트폰 보는 거에 에너지가 정말 많이 든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우리의 대화는 더 긴박하게 돌아갔다. 멤버들이 10분 뒤 정도에 올 것이다. 지금이 4시50분. 5시 정각이면 화제가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

청년의 자신의 경험담을 더 고백해주었다. 손벽까지 치면서 환호하는 나의 리액션마저 아까운 시간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도 때로는 힘을 얻는다.

청년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독서를 더 많이 하게 됐고, 사람을 만날때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버릇도 많이 없어져 더 집중하게 됐다고. 더 중요한 것은 정말 필요할때 알짜배기 정보만 취하는 좋은 습관도 생겼다.

"인스타 갔다가 유튜브 갔다가 포털 사이트 갔다가 한바퀴만 돌아도 2시간이 훅 지나가더라구요. 그걸 안하니까 그 시간에 취직 관련 공부도 더 하고 제가 좋아하는 자기계발책도 집중해서 보는 게 가능해졌어요. SNS를 보며 타인과 비교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게 큰 이득인듯요.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야기들을 못 쫓아가곤 하는데 그 이야기들도 금방 잊혀지는 것을 보니 저도 미련이 없어졌어요."

"저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짧은 시간내에 고효율의 정보를 취할 수 있어 디지털 디톡스에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 진짜 좋아진 증상 하나 더 있어요. 불면증! 침대에서 계속 스마트폰을 보다보면 새벽 한두시가 되기 일쑤였어요. 재미있고 자극적인 영상을 주로 봐서 그런지 그 이후에 자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거예요. 스마트폰 디톡스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밤을 꼬박 새봤어요. 그 다음 날 부터 저녁에는 일절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고요. 밤 11시쯤 쓰러지다시피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첫 테이프를 끊은 후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요. 신기하게 불면증이 없어졌어요. 이런 제 모습을 바라보던 친한 친구들도 이제는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이 많아진 듯요."

청년은 불면증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약도 먹어보고 운동도 많이 해봤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불면증. 저도 그랬어요. 라고 답하는 순간 나머지 멤버들이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다. 청년과 나는 대화를 급하게 종료했고 각자 가지고 온 책으로 관심을 돌렸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나 또한 불면증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

우연히 교감과 부교감 신경 검사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 보통 사람들의 교감과 부교감 활성화의 비율이 6대 4라면(반대의 숫자가 되면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을 느낀다) 나는 9대 1을 기록한 것이다.

교감신경의 활성화에 더 숫자가 높은 것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것을 해내는 에너지가 그만큼 받침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나는 적당한 교감 신경의 활성화도 모자라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담당 의사선생님이 결과지를 살펴보더니 "긴장하는 일이 많나요? 그게 아니면 스마트폰을 많이 봐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갈 수 있으니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을 싹 바꿔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밤에는 불면증, 낮에는 과한 흥분과 불안증세가 햄버거세트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자율신경계이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증상들이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건냈더니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한 지인은 매일 매일 뜨거운 물 1분, 찬 물 1분을 번걸아 가면서 5~6분 정도 샤워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 지인은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얼굴이 빨개져서 별명이 홍당무였다고 했다. 빨개진 얼굴이 잘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그때 의사가 추천해준 방법이라고. 어떤 지인은 명상과 기도를 하면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했다.

모든 방법을 총 동원했다. 매일 명상을 30분 정도 했으며 일요일 저녁에는 불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명상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샤워도 뜨거운 물, 찬 물을 번갈아 가면서 5분이상 했다. 교감과 부교감 신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이니만큼 스스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그래도 잘 회복이 되지 않았다. 한달 정도 하고 나니 더이상 이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시들해졌다. 릴렉스를 도와주는 영양제를 샀고 새벽에 깨서 잠들지 못했을때 한두알씩 먹었다. 처음 몇번은 효과가 있는 듯 했으나 점점 효과가 떨어졌다. 결국 돌고 돌아 정신과를 찾았고 수면유도제를 열흘치 정도 받아두었다. 수면유도제는 효과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병원에 가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일상이 평화롭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이 지적한 긴장하는 버릇과 스마트폰 과사용을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침 미디어 리터러시 공부를 함께 하고 있었기에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8시간 달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하는데다 내비게이션, 유튜브 음악 듣기 등을 눌러놓으면 거의 하루 종일 쓰고 있었다.

먼저 사용시간을 기록하는 앱을 깔았다. 그리고 업무시 노트북으로 대체하고 시간을 정해서 쓰니 쓸데없는 컨텐츠로 이동하는 횟수가 줄었다. 유튜브 영상은 꼭 필요한 것만 골라서 시청했다. 선호하는 교수님, 철학자 등을 중심으로 우선 순위를 매겼고 다른 영상이 보고 싶으면 내일 보자라는 식으로 미뤘다. 명상도 간간히 가졌고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독서로 습관을 아예 바꿔 버렸다. 잡생각도 금지다. 쓸데 없는 생각대신 호흡에 집중하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두달 지내다 보니 눈에 띄게 효과를 본 것이 불면증이다. 교감 신경이 과하게 활동하는 것이 줄다보니 자율신경계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무엇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몸에 더 집중했다.

집중할 일도 없고 흥분할 일도 없는데 신경이 곤두서있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정말 곤욕이다. 경험해보신분! 손! 안겪은 사람은 이게 무엇인지 정말 모를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가지 않아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기자 생활을 오래하면서 생긴 '마감'의 후유증도 큰 몫을 한 듯하다. 그때는 긴장과 불안, 과도한 흥분이 항상 동반됐었다. 그리인해 마감을 한 후 한동한 허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신경이 높이 치솟았다가 그만큼 다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고 대한수면학회는 추측했다. 우리 국민 3분의 1이 불면증을 경험했다. 이 학회는 취짐전 스마트폰 사용, TV 시청 등을 멀리하라고 권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스크린에 우리의 눈과 귀가 노출되면 뇌는 더 집중하면서 활발히 움직이며 잠을 방해한다.

저녁 9시가 되니 미리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스크린 대신 책을 보라는 메세지가 뜬다. 보던 TV를 중단하고 침대에 누워 한두시간 책을 본다. 책을 보는 내내 호흡은 차분히 가라앉고 11시가 넘자 졸리기 시작한다.

저는 이제 꿀잠 자러 갑니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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