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부작용 4] 넷플릭스와 도파민의 함정

by 미놀

OTT(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주는 VOD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급작스레 우리 집에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중독이 무서워 선뜻 가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변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왕왕 들렸고, 인기 있는 컨텐츠에 대한 감상평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퍼져갔다.


그것은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시작됐던 2021년에 정점을 이뤘다. 여기저기서 "오징어 게임 봤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아니, 나는 못봤어"라는 말을 했지만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남편도 같은 처지였다. 회사에 나가면 선후배들이 오징어 게임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줄거리 요약 본이라도 봐야지 대화에 끼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집은 오징어 게임 때문에 큰 기로에 놓였다. 그 현상은 두어달 정도 지속되는듯 했다.


"우리도 넷플릭스 신청할까?"


"그거 신청하면 밤새서 볼 것 같아. 좀 더 있어보자."


이런 대화가 여러 번 오갔다. 남편은 평소에도 TV 시청을 오랫동안 하는 편이었고, 봤던 영화를 몇 번이나 볼 만큼 영화를 아주 좋아했다. 넷플릭스는 그에게 엄청난 먹잇감이다.


나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하루에 한두시간이라도 독서를 해야 하는데 거실 한켠에 떠억 버티고 있는 TV도 없애고 싶은 마당에 넷플릭스까지 보게 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명절이 되었고 시누이가 넷플릭스 이야기를 꺼냈다.


"머야, 오징어 게임 안 본 사람도 있어? 아이디 하나 있는데 공유해줄께."


그렇게 넷플릭스는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둥지를 텄다. 거부할 수 있는 있는 용기가 우리 부부 누구에게도 없었다. 아니, 간절하게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말이 되면 영화, 시리즈,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곤 했다. 우려만큼 매일 밤 찾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가 되었다.


평소 나는 하트시그널 프로그램의 왕팬이었는데 어느 날 본방 시청을 놓친 적이 있다. 하트시그널은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하는데 그날따라 귀가가 늦었고 바로 씻고 자야했다. 내일 넷플릭스로 보면 되지 하면서. 이게 OTT의 매력 아닌가.


다음 날 일어나서 넷플릭스를 눌렀더니로그인을 하라는 메세지가 떴다. 어라, 이상하네. 스마트폰으로 앱을 열었더니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비밀 번호를 바꿨나. 지금 연락해서 바뀐 비번을 물어볼 수도 없고.


"넷플릭스 우리 다시 가입해야 하나봐. 비번이 바뀌었어."


"아쉽다. 좀 있어보자."


우리는 그렇게 이번에도 좀 있어 봤다.


금단 증상이 찾아왔다. 다음 달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인 '버진리버'가 나올 예정이다. 버진리버 어떻게 하지? 이번에는 주말에 심심할때 영화 한편씩 보던 습관이 생각났다. 결제를 해야 할까. 아니야, 난 책을 읽을꺼야. 읽어야 할 책이 잔뜩 쌓였잖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넷플릭스 생각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만 좀 날 따라다녀 줄래? 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 이후로 남편은 별말이 없었다.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했다. 서재방에 있던 TV모니터를 과감히 빼고, 그 자리에 디자인이 예쁜 이케아 책장을 2개나 주문했다.


기존 책장은 한 칸에 앞뒤로 두 줄씩, 위 아래로 두 줄씩 책이 쌓여 있었다. 책을 찾으려면 한참이나 뒤적거려야 한다. 이번 참에 책장을 뒤집어 엎기로 했다. 책장을 정리하면 충분히 환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곧 책장이 도착했고 공간이 바뀌자, 넷플릭스 생각은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불쑥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는 넷플릭스 이야기를 아직 꺼내고 있지 않고 있다. 짝짝짝.(언제 또 위기가 찾아올지 ㅜㅜ)


OTT를 끊지 못하거나, 끊었다 하더라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원인은 '도파민' 때문이다. 유튜브 숏츠, 틱톡 등 짧은 영상을 계속해서 보는 것도 도파민의 영향이 크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아드레날린 전구체로 뇌의 신경세포와 신체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일종이다.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쾌락과 함께 행복, 기억, 인지, 운동조절 등에 관여한다. 인간을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과 동기부여,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등 즐거운 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여기까지 보면 도파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신경물질임이 틀림없다.


도파민은 또다른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구별해야 한다. 세로토닌도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이다. 우리의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장에서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햇빛에 의해서도 생성되므로 너무 실내에서만 있으면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서로 다른 작용을 한다. 도파민은 쾌활한 기분, 보상, 욕구 등을 증가시키는 반면 세로토닌은 안정감과 기분안정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OTT와 숏츠를 끊지 못하고 계속보게 하는 주인공은 도파민이다. 세로토닌보다 더 막강한 에너지를 주며 중독에 깊게 관여한다.


중독으로 인해 도파민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조현병,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과대망상, 과도한 몰입, 반복되는 행동 등을 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 등을 일으킨다.


도파민 중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도파민이 과다하면 그만큼의 수용체가 감소하면서 도파민 감수성이 낮아진다. →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와 촉진제를 남용하게 되면 도파민 수용체가 파괴된다. → 도파민 수용체가 파괴되면 같은 양의 도파민으로 그 전과 같은 쾌락을 얻을 수 없고, 어떤 일을 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우울감으로 도파민 약물에 집착한다. 혹은 동영상 등 미디어를 계속해서 본다. → 술, 도박, 음식, 스마트폰, 미디어 등에 중독성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도파민 생성 기계'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중독과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 중독을 타파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도파민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디톡스가 각종 방송과 인터넷 상에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잊지 못하는 나도 도파민 중독인걸까. 도파민 중독 테스트가 있어 해보았다.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도파민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도파민 중독 테스트>

1.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못산다

2. 무언가를 계속 사고 싶은 쇼핑 중독이다

3. 일을 끝마치지 않고 중간에 다른 일을 한다

4. 게임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밤을 새운다

5. 술과 담배를 즐긴다

6. 기존에 느꼈던 쾌락보다 더 강한 새로운 자극을 계속 찾고 있다

7. 항상 무언가를 먹고 있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8. 계속해서 살이 찌고 있다

9. 감정 기복이 심하다

10. 기억력이 떨어졌다


나는 3.5~4 정도가 해당 된다. 도파민 중독 의심에 당첨. 그간 스마트폰 디톡스를 나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과도해진 도파민 녀석.


도파민은 독서, 운동 등 사람 몸에 긍정적인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도파민 리셋 다시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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