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난 몇 살로 보이는 걸까?
엄마는 나랑 식당에 가면 맥주를 주문한다.
나는 술을 안 좋아해서 엄마만 마실 컵만 있으면 된다.
나를 몇 살로 보는지 궁금해서 어떨 때는 원하는 잔 개수를 빼고, 잔을 달라고만 부탁드린다.
어떤 식당은 직원분이 맥주잔을 한 개 주시고,
다른 식당에서는 맥주잔을 두 개 주신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면 나이 든 거라던데,
나는 스물세 살 밖에 안 됐는데
맥주잔 한 개 주면 정말 기쁘다.
잔 한 개만 나온 날은 축하해야 할 날이다.
이마에 가로 주름이 보인 날부터
열심히 수분 크림을 바르며 메꿨는데
부지런히 관리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얼굴이 어려 보여서 한 잔만 주는 게 아니라
선크림도 안 바른 맨얼굴로 가거나,
책이 가득 들어있는 배낭을 들고 가면
어리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려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직 마음이 소녀 같은 것 아닐까?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이마에 한 겹 크림을 덧바르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