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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삐용 Dec 18. 2024

맥주잔 한 개만 주세요

과연, 난 몇 살로 보이는 걸까?

엄마는 나랑 식당에 가면 맥주를 주문한다. 

나는 술을 안 좋아해서 엄마만 마실 컵만 있으면 된다. 

나를 몇 살로 보는지 궁금해서 어떨 때는 원하는 잔 개수를 빼고, 잔을 달라고만 부탁드린다. 

어떤 식당은 직원분이 맥주잔을 한 개 주시고, 

다른 식당에서는 맥주잔을 두 개 주신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면 나이 든 거라던데,

나는 스물세 살 밖에 안 됐는데 

맥주잔 한 개 주면 정말 기쁘다.

잔 한 개만 나온 날은 축하해야 할 날이다. 


이마에 가로 주름이 보인 날부터

열심히 수분 크림을 바르며 메꿨는데

부지런히 관리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얼굴이 어려 보여서 한 잔만 주는 게 아니라 

선크림도 안 바른 맨얼굴로 가거나, 

책이 가득 들어있는 배낭을 들고 가면 

어리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려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아직 마음이 소녀 같은 것 아닐까?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이마에 한 겹 크림을 덧바르며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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