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잘 지내시나요?
우리 집도 다른 아파트들처럼 벽이 얇아
층간소음이 유독 심한 날이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귀를 쫑긋 집중하면
이웃집 아들과 엄마가 싸우는 것이 들리고,
마룻바닥에 귀를 대고 누우면
어느 집의 텔레비전 소리도
가까이 있는 것 같이 들린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한창 공부를 할 나이었어서
층간소음이 미웠는데,
익숙해지려던 참에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생겼다.
천장 쪽에서 어떤 남자가
내가 당시에 좋아하던 미국 팝송을
슬플 정도로, 소울 가득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남자가 몇 소절 부르는 것을 듣다가
잠시 소리가 멈추었을 때
천장을 바라보며 다음 소절을 이어 불렀다.
'내가 이어 부르면 소름 끼쳐서 멈추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멈춘 소절에 이어 그 남자가 또 불렀다.
어느새 하고 있던 숙제는 까맣게 잊어버렸고,
'아 이 사람도 공부하느라 속이 속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와서
한 번 더 이어 부르고 노래를 마쳤다.
이때까지 층간소음의 가해자를
잔뜩 미워해보기만 했는데
나만 인생이 힘든 게 아니라는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아
오히려 고마웠다.
그 이후로 노랫소리를 다시 들어보지 못했고,
아마 그분은 이사를 간지 오래되었겠지만,
새로운 그곳에서는
목소리에 슬픔 없이
즐거운 팝송을 부르고 있기를 기도한다.
-그 시절 좋아하던 팝송을 흥얼거리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