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가장 골치썩이는 부분
2023년 입학하는 초등학교 1학년 Phase 3 결과는 10월 17일에 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느학교인지, 누구 같이 된 사람은 없는지, 교통수단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현재 다니고 있는 같은 동네 외국인은 없는지, 등등을 수소문 하기 위해 어수선해졌다. 이와 같은 정보가 많이 공유된 곳은 페이스북 Singpoare Expats in Local School 그룹이다. 그리고 그곳에선 환호와 절규가 함께 어우러졌다. 입학이 확정되어서 좋긴 한데... 너무 멀다..., 형제가 학교를 다니는데 한명은 동쪽에 한명은 서쪽에 학교가 되었다... 등등.
우리도 학교가 되긴 했는데, 좀 멀다. 구글맵 기준 14km 거리, 대중교통 이용시 57분 예상 (택시 이용시 23분).
참고로 싱가포르 초등학교는 아침 7시30분에 시작한다. 따라서 집에서 6시반에는 출발해야 겨우겨우 늦지않게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사를 해야하는 것인가...
회사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100% 싱가포르인으로 구성되어있는 동료들은 모두, "이건 말도 안된다.", "정부에 항의해라", "외국인 차별이다" 등등 말을 하면서도, "그 동네는 너무 멀다. 너 이사가면 회사 오는데 1시간30분은 족히 걸리는데, 이사는 말도 안된다" 등등의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그때부터 스쿨버스를 찾아나섰다.
학교 스쿨버스는 운행구간이 한정되어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충 학교에서 6km 내외 정도 구간까지 운행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하지만 정확한 운행루트는 알 수 없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설버스 회사에 문의하니, 학교버스 금액의 두배 조금 더 되는 금액을 요구했다 (SGD 350-400/월). 게다가 학교버스는 학기중, 즉, 1-5월, 7-10월, 총 9개월 동안만 내면 되는데, 사설버스는 학기와 상관없이 운행을 전혀하지 않는 방학기간, 6, 11, 12월에도 돈을 내야한다고 했다. 따라서 금액은 학교버스 이용시 최대치로 SGD 220 x 9개월 = SGD 1980 vs. 사설버스 최소치 SGD 350 x 12개월 = SGD 4200, 즉 사설버스를 이용할 경우, 1년에 약 20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내야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야지만 루트를 확정짓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이후면, 입학 일주일 전.... 대안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사설버스를 계약했다... 그래도 다행히 집 주변에 같은 학교를 이미 다니고 있는, 그리고 새로 가게된 아이들 총 10명이 있어서 미니밴을 고용할 수 있었다. 이런 서비스 외에도 여러 학교 대상 스쿨버스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곳은 Schoolber 라는 업체인데, 가격은 SGD 300-400 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이 업체는 방학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므로 다른 사설버스 대비 약 100만원 정도 더 저렴한 수준이다. 또 앱으로 버스위치 추적이 가능해서 더 편리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학교 지정이 아닌, 동네 지정이어서 한 대의 버스가 여러 학교를 한꺼번에 운영한다.)
고민 끝에 우리는 그래도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로 구성된 미니밴을 선택했다. Schoolber는 좋다는 사람도 많고 안좋다는 사람도 많고 (운전기사가 누구냐에 따라), 또 이왕이면 같은 학교다니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스쿨버스가 낫겠다는 생각에 결정했다.
이제 이 10명의 아이들 (정확히는 부모들) 사이에서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스쿨버스 루트 정하기 (=어떻게 하면 내 아이 덜 힘들게 학교보낼까.) 처음 스쿨버스 그룹이 구성되었을 때, 우리 그룹에는 학교에서 20km 떨어진 동네에 사는 아이가 속해있었다. 그리고 기존 그룹맴버들, 즉, 2022년 1학년에서, 2023년 2학년으로 올라가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 애는 너무 멀다, 아침에 그 애 시간 챙기느라 우리 애들 더 일찍 일어냐야 한다 (10분은 더 재울 수 있는데-), 학교 끝나고 그 애 집 가는 길 루트만드느라 우리 애들 더 늦게 집에 온다, 차라리 그 애를 빼고 그냥 FIFO (First-in First-out, 먼저 탄 순서대로 내리는 것) 로 하자, 등등.
처음 루트가 짜여졌을 때, 버스 회사에서는 제일 멀리 사는 그 아이가 아침 5시 55분(!)에 스쿨버스를 타고, 그 버스는 6시 30분(!)에 우리집을 거쳐, 7시 15분에 학교에 도착하는 루트를 줬다. 하지만 기존 맴버들의 극심한 반발로 그 아이는 제외가 됐고, 동네사는 다른 외국인 아이가 추가되어 10인승 밴, 총 10명으로 구성되었다.
모미는 아침 6시38분에 차를 타서 학교에 7시20분에 도착하는 스케쥴로 결정되었다.
내 기억 상, 한국 초등학교는 9시에 시작한다.
싱가포르 초등학교는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1시 30분에 마친다. 그 이후에 특별활동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7:30am - 1:30pm 으로 정해져있다. 1-6학년 모두 동일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일찍 시작할까.
싱가포르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여기에는 3가지 가설이 있다.
1. 좋은 습관들이기: 싱가포르는 국가가 아버지처럼 거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챙겨주는 나라이다. 공부를 잘 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2. 날씨: 거의 대부분의 싱가포르 초등학교에는 에어컨이 없다(!). 대신 천장에 8개 정도의 선풍기가 있고, 창문이 양쪽으로 트이게 만들어서 맞바람이 불도록 교실이 설계되어있다. 따라서 가장 더워지는 오후 1-3시 이전에 학교를 마쳐야한다.
3. 교통: 싱가포르 정부가 많은 것들을 규제하지만, 게중 독특한 것 중 하나는 교통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동차 뿐 아니라 자동차 번호판도 사야하고, 이 번호판 (COE, Certificate of Entitlement -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행할 수 있는 권리) 은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며, 10년 단위로 갱신해야 한다. (현재 2022년은 이 번호판의 가격이 최대치를 찍어서, 한화로 약 1억원 정도를 내야 번호판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자가용을 럭셔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규제하는 이유는 작은 나라에서 섬 전체의 교통량을 통제하고, 대기오염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목적 하에 학교도 일찍 시작한다고 한다. 즉, 출근시간 (8-9시) 과 통학시간 (6-7시) 를 분리시켜 교통체증을 줄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자기차로 통학을 시키는 부모의 경우에도, 통학을 시킨 후 큰 무리없이 출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3가지 모두 그럴듯한 이유이긴 한데... 그렇지만, 외국인 부모 입장에서 보기에는 조금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의 수면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고민이 생긴다. 어린 시절의 잠은 신체성장, 성격형성, 두뇌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줘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일단, 저녁 7시-7시30분에는 잠을 자는 시간으로 맞춰보려고 한다 (아침 5시50분 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