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가장 뒷자리
싱가포르는 철저한 학력 위주 사회이다. 따라서 좋은 학교를 나온 부모들의 자존감은 굉장히 높고, 그것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 학교 시스템은 이것에 최적화되어있다. 우선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원하는 초등학교에 입학지원서를 내고, 뽑히면 가고, 안되면 그 다음 우선순위에 다시 지원하고, 그것도 안되면 집주소 근처에 배정되고, 이 마저도 학교 정원이 다 차면 마지막 뺑뺑이 돌리는 식이다.
싱가포르는 각각의 우선순위 별로 입학을 순서대로 결정짓는다. 1 / 2A / 2B / 2C / 2CS / 3. (시기는 2022년 기준) Phase 1 ~ Phase 2CS 는 싱가포르인과 영주권자이고, 외국인은 이 모든 절차가 끝난 후, Phase 3 에 진행된다.
Phase 1 - 형제 자매가 현재 해당 학교에 재학중인 아이 (6월말 지원 - 지원자 전원 입학 가능: 2022년의 경우, 6/29-30 지원)
Phase 2A - 부모, 형제, 자매가 졸업생인 경우 / 부모가 학교 운영위원회에 소속된 경우 / 부모가 학교 직원인 경우 / 아이가 현재 학교 산하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경우 (7월 초 지원 - 7월 중순 합격발표: 2022년의 경우 7/6-8 지원, 7/18 결과 발표)
Phase 2B - 부모가 학교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 / 부모가 학교 재단 관련된 교회 혹은 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경우 / 부모가 사회에 활달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Phase 2A 발표 다음 이틀간 지원 - 7월말 합격 발표: 2022년의 경우 7/19-20 지원, 7/26 발표)
Phase 2C - 그외 모든 아이들 (싱가포르인 / 영주권자) 대상, Phase 2B 까지 정원이 차지 않은 학교 대상으로 학교 지원. (그중 우선 순위는 학교 1km 이내 거주 중인 아이 / 그 다음은 학교 2km 이내 거주 중인 아이) (2B 발표 이후 3일간 지원 - 8월 중순 합격 발표: 2022년의 경우 7/27-29 지원, 8/10 결과 발표)
Phase 2CS - Phase 2C 까지 등록이 안된 모든 싱가포르 아이들 + 싱가포르 영주권 아이들 (8월 중순 지원 - 8월 말 합격 발표: 2022년의 경우 8/15-16 지원, 8/25 결과 발표) - 이건 보통 집근처 학교들 정원이 이미 앞선 우선순위에서 다 채워져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Phase 3 - Phase 2CS 까지 최종 싱가포르인과 영주권자가 배정된 후, TO가 남은 학교 대상으로 몇몇 자리를 외국인에 배정 (5월말-6월초 지원의사 교육부에 제출 - 10월말 발표: 2022년의 경우 5/31-6/6 지원, 10/17 결과 발표)
위 순서대로 싱가포르인과 영주권자에게 입학 신청을 받고, 학교에 배정한다. 마치 한국에서 대학 입시 때, 대기번호 받고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령, 입학정원이 100명인데, 1순위 신청자가 100명이면 그걸로 끝이고, 110명이면 제비뽑기를 해서 100명을 추린다. 만약 Phase 1에서 지원자가 90명이면, 나머지 10명은 2순위 신청자에서 뽑는다. 이렇게 추리고 추린 다음, 마지막에 남은 자리 중 "일부" 만 Phase 3, 3순위 외국인에게 준다. 남은 자리를 다 채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사람들 중에 나중에 전학을 올 수도 있고, 외국에 있던 싱가포르인이 돌아와서 들어가야 할 수도 있고, 혹은 외국인학교에 있던 외국인이 중간에 영주권을 받거나, 편입시험을 봐서 현지학교로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가장 우선순위에서 높으면서 티오가 있는 학교인 Palm View 는 240명 정원에 218명이 배정을 받아, 22명의 자리가 있지만, 이 학교는 10명 미만의 외국인을 입학시키고, 남은 자리는 그대로 비워둔다.
여기서 중요한건, 싱가포르 사람, 영주권자들은 한번에 한 학교에 신청서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 순서를 모두 고려해서 눈치싸움을 해야만 한다. 가장 좋은 학교 중에서 입학 확률이 높은 학교. 이를 위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2C - 1km 이내 거주), 입학하기 1-2년 전부터 부모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2B), 갑자기 교회에 나가기도 하며 (2B), 부모가 졸업했던 학교 근처로 집을 옮기기도 한다 (2A & 2C). Phase 2B 를 위한 봉사활동도 경쟁이 치열해서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 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선호조건, 갖춰야하는 것? 없다. 그냥 운이다. 복불복. 운좋으면 되고 아님 안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몇년을 살았건, 직업이 뭐든, 월급이 얼마든, 어느동네에 살든, 어느나라 출신이든, 출신배경이 어떠하든, 상관없다. 그리고 학교 배정이 되는 경우에도 학교와 집의 위치는 고려가 없다. 주변에 싱가포르 서쪽 끝에 살면서 동쪽 끝 학교가 된 사람도 있고, 중심부에 살면서 북쪽 말레이시아 국경 근처 학교에 배정된 사람도 있다. (싱가포르가 서울보다 약간 크니깐... 말하자면 서울 은평구에 살면서 강동구에 있는 학교에 배정이 된 셈이다.) 그리고 외국인은 학교 변경이 불가능하다.
외국인으로서의 학교 지원 절차에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정해져있는 형식에 맞춰 정보를 입력하고, 서류를 첨부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 서류는, 아이 출생증명서, 여권, 부모 싱가포르 신분증, 부모 혼인증명서 등이다. 형식에 맞춰 접수하면 확인메일이 오고, 그때부터 10월까지 기다리면 된다.
10월까지 기다리는 동안,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리고 날짜가 정해져있는 Phase 1 ~ Phase 2CS 와는 달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Phase 3 는 10월 언제쯤 결과가 나온다는 공지도 없다.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눈치싸움을 하며, 국제학교 보증금을 날리기도 한다. 당장 내년부터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10월 말까지 기다렸다가 학교 배정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싱가포르 학교에 배정되는 확률은 전체 외국인 지원자 대비 50%가 안된다고 들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다른 국제학교에도 이름을 걸어두곤 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 현지학교가 안되면, 많이 유명하지 않아 자리가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학교 1곳 이나 12월에 입학신청을 받는 한국학교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따로 국제학교 입학신청을 해두지는 않았다.)
그리고 10월 중순/하순- 결과 이메일이 온다. 우리는 다행히 학교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그 학교는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서 14km 떨어져있는, 자가용으로 20분, 버스로 1시간 걸리는, 고속도로 2개를 지나서 달려야 하는 곳에 위치한 학교이다.)
이렇게 학교 배정이 발표된 후, 약 2주 내로 학교에 등록할지 여부를 알려줘야 하며, 그 이후 학교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