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현지학교로 결정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는 또 한가지는, 아이에게 어떤 문화를 학습하도록 도와줄 것인가 라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지낸다면 당연히 한국 문화, 가족 문화, 동네 문화를 접하겠지만, 고정되고 정해져있는 삶의 터전이 아닌 이곳에서는 이것도 하나하나 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한국에서 지내더라도 다른듯 비슷한 고민을 하게될 것이다. 어릴 때 흔히 듣던 맹모삼천지교 이야기 속 맹자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또 시장에서 서당 근처로 이사해서 그 근처의 문화를 학습하게 한 것처럼, 주변 환경은 아이의 학습 및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모국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이 아닌, 선택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생겼고, 이 부분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있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사는 동네도 이사를 가야할 수 있고, 할아버지/할머니/친척들과도 지리적으로 멀어 고작해야 1년에 한두번 보는 정도일테고, 가까이 지내는 외국 친구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형편이기 때문에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물론 싱가포르 친구들이 더 많다면 이런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텐데, 대신 이 경우에는 그들에게 우린 영원한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단점이 있다. 나도 이 나라에서 지낸지 벌써 십여년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친한 싱가포르 친구들에게는 영원한 "외국인" 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학교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요소이다. 가장 오랜 시간 친구들과 어울려 그 곳/그 사람들의 문화를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학교 / 국제학교 / 현지학교 는 극명하게 나뉘어진다.
먼저 한국학교는 당연히 한국 문화. 물론 한국학교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가르치지 위해 애쓰지만, 한국 교육부에서 제공되는 커리큘럼, 한국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는 선생님, 100% 한국의 뿌리를 갖고 있는 학생들 (양쪽 모두 한국부모 또는 적어도 한명은 한국부모). 그곳은 한국을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다. 거기에 더해 약간의 싱가포르 문화와 이곳의 언어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약간의 다양한 문화 (학습활동과 다른 나라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통한-) 를 접할 수는 있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다던지, 혹은 국제커플이어서 한국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
국제학교는 명칭 상 국제학교 이지만...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1) 국적학교와 2) 비국적학교.
국적학교는 한국학교와 마찬가지로, 어느 나라에 특징지어져 있는 학교이다. 다만 한국학교와 다른 점은 많은 경우 따로 영어로 된 과정이 있고 (없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국적의 아이들에게도 열려있다는 점이다. 즉, 우린 비록 한국 국적이지만, 인도학교, 호주학교, 일본학교, 캐나다학교, 독일학교, 미국학교, 프랑스학교, 영국학교 등등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앞에 언급한 한국학교의 경우와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즉, 해당 학교의 국적 문화를 습득하고, 거기에 약간의 싱가포르와 다른 문화를 조금 더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주변에 보니 프랑스학교나 독일학교의 영어과정을 다니는 타국적 지인들이 종종 있는데, 그 학교도 대다수는 프랑스와 독일 아이들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비국적학교 의 경우에는 이런 제한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 부분을 강조하며 다양한 문화를 학습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다인종문화의 날, 국제기구의 날 등을 화려하게 꾸며 대대적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국제학교를 다닌 지인을 통해서, 또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어릴적 사회학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 서구우월주의 시각이다. 학교 브로슈어나 학교 내 행사, 홍보활동 등의 전면에 대개 서양아이들이 내세워져있고, 학부모들의 학업관여도 주로 서양 학부모들이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학교에서 그런 모습이 비춰졌고, 그런 면에서 동서양 양쪽의 교육을 모두 받은 나로선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 나의 아이에게 어떤 문화를 학습하도록 도와주고 싶을까. 모든 것을 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싱가포르 현지학교에 입학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문화
일단 한국문화는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또래문화 등은 사회활동, 가령 한인교회, 한국지인가족 등과의 교류 등을 통하기로 했다. 또, 여기저기 수소문해본 결과, 한국에 조국체험학습 이란게 존재한다고 한다. 방학기간이 다른 점에 착안하여, 이곳이 방학이고 / 한국이 방학이 아닌 시기 (6월 한달, 혹은 11월중-12월초)에,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잠시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이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한글학교는 보내지 않기로 했다. 한글학교라는 컨셉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주말에 굳이 학교라는 공간에 (마치 학원에 보내는 것처럼) 보내서 학과공부를 진행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문화 체험 공간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래서 우린 한인교회나 한인친구들과 더 어울리기로 했다.)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되도록 한국에 있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없는 겨울을 경험하고, 한국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한국학교 토요한글학교 - 초등은 3시간 국어, 1시간 산수 수업을 한다 (비용은 초등과정 대략 학기당 170만원 정도) : https://www.skis.kr/default/mp6/mp6_sub3.php?sub=03
싱가포르 한인교회 토요학교 - 여기서도 한글을 가르쳐준다. 다른 교회에도 몇몇 더 있다고 들었다. http://koreanchurch.sg/culture
교육부 국제교육원 (이건 좀 더 나이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가령 한국 수능 준비 등) https://overseas.mofa.go.kr/sg-ko/brd/m_11935/view.do?seq=1346726
https://overseas.mofa.go.kr/sg-ko/brd/m_11935/view.do?seq=1346702
다른문화
국제적인 문화. 이 부분은 봄/여름방학 동안 여행을 더 다니고, 위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거주중인 외국인 지인들과 교류를 더 하는 것으로 채워주기로 했다. 일단 지금 당장 교류가 가능한 싱가폴에 있는 미국친구, 일본친구, 중국친구, 인도친구, 프랑스친구 등등과 교류를 하도록 도와주고, 플레이데이트를 더 많이 하고, 방학동안 다른 인근 나라에 여행을 가서, 현지에 있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결정에 가장 크리티컬했던, 현지 문화 (그리고 동남아문화). 싱가포르 현지학교로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다. 과연 우리가 한국학교 혹은 국제학교 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와, 싱가포르를 특징짓는 문화권의 (말레이시아/인도/중국 그리고 가까운 인도네시아와 다른 동남아 나라들까지) 문화를 부모가 가르쳐줄 수 있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살아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가령, 싱가포르에서 큰 명절 중 하나인 디왈리 (인도 빛의 축제) 나 하리라야 (이슬람 라마단 마무리) 때의 풍습, 여기저기서 종이 돈을 태우는 헝그리고스트페스티벌, 설날에 하는 로헤이 (순서에 따라 야채와 연어 등을 큰 접시에 넣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접시에 젓가락을 넣어 내용물을 위로 던지면서 섞고 함께 먹는) 의 구체적인 의미들 등등. 다른 동서양 문화처럼 우리가 익숙한 것도 아니고, 외국인 신분으로만 지낸다면 사실 매일 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지학교에서는 당장 옆자리에 힌디어를 쓰는 친구도 있고, 말레이 어를 쓰는 친구도 있으니, 그들의 생활습관을 바로 접하고, 배울 수 있다. 이 부분은 부모가 제공해주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싱가포르 현지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