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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휴대폰 갤러리

#9 어딘가에는 써먹겠지

by 연휴자

현우의 폰은 플립이다. 갤럭시 플립. 다 알 테지만 세로로 접히는 건 플립, 가로로 접히는 건 폴드.


“핸드폰이 접히더라?”


현우가 엘리베이터에서 접히는 휴대폰을 봤던 날. 순애도 와서 신기하다 뭐라 뭐라 했던 날.

그날이 못내 걸려 인센티브로 플립 폰을 사줬다.


그렇게 현우의 폰은 플립이 됐다. 다만 플립은 현우에게 너무 최신 기기였다. 현우는 그 최신 기기 다루는 걸 가끔 버거워했다. 아니 가끔보다 좀 많이.


본가에 어쩌다 가면 쓱 와서 물어본다. 플립에 대해. 그 최신 기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 온 문자가 어디 갔는지에 대해, 나쁜 도둑놈들이 요금을 너무 많이 받아가는 건 아닌지에 대해 등등. 그저 지나가다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온다. 내가 생각하기에 무언가 이상한 타이밍에 온다. 그렇게 오기 전에 몇 번 고민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고민하는 게 뭔가 내 눈치를 본 것 같아 또 그렇다. 내가 짜증을 좀 냈었던가 하고 반성한다. 반성하다 짜증이 나다가, 반성한다.


그날도 현우는 최신 기기를 들고 나에게 쓱 왔다. 분명 뭐가 왔는데 안 보인다던가.

휴대폰을 좀 만져본다.


“별거 아니네, 그냥 스팸 같아”

“그래? 난 또”


민망한지 허허 웃는다. 그러다 문득 갤러리가 눈에 띄었다. 갤러리 터치. 얼굴을 화면 꽉 차게 찍은 현우의 사진이 몇몇 보인다. 너무너무 가깝게 찍었다. 얼빡샷이라고 하던가. 인터넷에서 본 얼빡샷에는 굴욕이 없다거나 무보정인데 보정 같은 느낌이던데, 현우의 얼빡샷에는 무보정 세월이 묻어 있어 웃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또 왜 찍었는지 모를 천장 사진도 있고, 순애 사진도 조금 있다. 순애도 뭔가 무방비로 찍힌 것 같은데 이 사실을 알려나. 현우의 갤러리에는 현우가 사는 세상이 조금 들어 있었다. 그 조금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상했다.


“아빠, 아빠 얼굴 왜 찍었어?”

“그냥”

“이 천장 사진은 뭐야?”

“그건 잘못 눌렀어”

“잘못 찍었으면 지워 좀"


현우나 순애나 나에게 가끔 이상한 마음을 준다. 종종. 그게 슬픈 건지, 웃긴 건지, 아픈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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