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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03. 2024

마음 한 조각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 구름을 닮았습니다. 천 근의 무게로 허공을 떠돌다 마침내 소낙비로 쏟아집니다. 이왕이면 단비로 내렸으면 좋겠다 소원했습니다. 긴 장마 끝에 내리는 비라면 그런 애물단지가 또 없어 그렇습니다. 마음을 졸여가며 가만가만 걷는 걸음엔 눈치가 서 말입니다.


막상 잡으려 하면 한 줌이나 될까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생각이란 건 머리로 하는 것이니 마음도 머릿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을까요. 괜한 소리에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먹먹한 걸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합니다. 팔딱이는 심장 어디쯤에 마음의 방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요. 모르겠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워 잡을 수도 없고 때로는 태산처럼 무거워 꿈쩍하지도 않지요. 어르고 달래다가 무심한 세월만 켜켜이 쌓였습니다. 내 안에 있으니 분명 내가 맞겠지만 이런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습니다. 천방지축 날뛰는 꼴은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입니다. 하기는 모두들 그런 녀석 하나씩 품고 사는 터라서 굳이 자랑질도 우습네요.


바람이었다가, 햇살이었다가, 때때로 단비로 내렸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있었고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덜컹덜컹 그대 서성이는 창문을 흔들다가도 막상 그대 바라보면 걸음아 나 살려라 꽁무니를  내빼기도 합니다. 철부지 아이처럼 겅중거렸습니다. 실수투성이로 번잡하고 떼쟁이로 시끄러웠는지도 모릅니다. 조심조심 고양이 걸음으로 걷는다는 게 그 모양입니다.


모르겠습니다. 돌개바람 사납게 흙먼지를 피우다가도 그대 앞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점잖을 떨게 됩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적어도 점잖고 멋진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할까요. 언제나 그렇습니다. 그대 앞에 남겨놓는 마음조각만큼은 얌전하고 고왔으면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말을 고르고 그림도 하나 정성껏 만들어 마루 위에 남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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