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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20. 2024

별일이오


꽃잎 진다 하길래 차마 장지문 나서지도 못하고 나 몇 날을 울었소. 이제 내 마음 떨어진다는데 뉘라서 꺼억꺼억 울어주리오.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그럴 날 없음을 모르지도 않는데 행여라도 말이오.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만 있다면 어미에게 부탁을 하고 싶으오. 싸릿가지 하나 회초리 삼아 종아리를 때려달라 매달리려오.

봄꽃 지는 날에 그 꽃잎 주워 들고 눈시울 붉히거들랑 종아리가 벌겋게 때려달라 하리다. 반딧불이 좇아 여름밤을 뛰어다니다가 호박꽃등 헤벌쭉 바라보지 못하게 하여 주오. 단단히 손가락을 걸어야겠소. 눈물 많은 사내놈을 어디에 쓸까 싶어 그러오. 사슴벌레 한 마리 버둥버둥 배를 까뒤집으면 콧물 훌쩍이던 녀석이 아직도 그 짝이라오. 어린 마음에도 어찌나 불쌍하던지 지금까지도 잊지를 못하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 정녕 그러오.

족제비싸리나무 새 움을 틔우면 어린 누이동생 까만 눈 반짝이며 나를 보챘었소.

"오빠? 빨리 손톱에 발라줘."

고사리손 내밀며 쫑알쫑알 떠드는 수다가 밉지 않았소. 그래, 그래.... 연두색 곱던 순 하나 툭 자르면 투명한 수액 방울방울 솟았다오. 앙증맞은 손톱 위에 곱게 펴 바르면 햇살 한 톨 손톱에서 뛰어놀았다오. 어찌나 곱던지 오누이 댓돌에 앉아 정신을 빼앗겼소.

좀 독하게 키웠더라면.... 부질없는 생각이 새벽 댓바람에 잠을 깨우고 나는 유년의 그때로 풍덩 뛰어들고야 말았소.

"욘석 보게나? 어미도 어미가 첨이라 그렀으려나 모르겠다."

선산의 어미는 눈을 흘기실지도 모르오. 에구, 그냥 하는 말이라오. 넋두리 한 자락에 새벽이 밝았소 그려. 그나저나 아침부터 가슴이 먹먹하니 어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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