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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부복俯伏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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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Feb 1. 2024
부복하였다. 성미 급한 놈은 벌써 박석에 이마를 찧었다. 사시나무 떨듯 떨어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넙죽 엎드려 머리를 풀어헤쳤다. 풀어헤친 가지 사이로 광풍이 불었다. 들러붙은 이파리들 맥없이 툭툭 떨어졌다.
몇몇은 스스로 이파리들 뚝뚝 끊어내었다. 깨진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납작 엎드린 어깨 들썩이며 신음처럼 울었다.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바람이 불었다. 봄날의 여린 햇살이 떨어졌고 여름날의 드센 비바람이 떨어졌다. 움켜쥐었던 가을볕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끊어내고 뜯겼다. 광풍이 불었을 때 마침내 붙잡고 매달렸던 것들 모두 먼 기억이 되었을까. 미련 하나 남지 않도록 광풍이 불었다. 강요된 기억의 상실이었다.
그렇다고 미련 하나 남지 않을까. 미련한 바람이 실실 광풍으로 불었다. 물가에 버드나무 사시나무로 떨었다.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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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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