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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Feb 12. 2024

시간의 초상肖像


덕지덕지 붙이고 매달았다.

그것은 마치 서낭나무에 매단

색색깔의 실타래와 다르지 않았다.

기대였고 새벽 맞잡은 소망이었다.

마음 가득 그려놓은 바람이다.

아직이었으므로 기대했고 바랐다.

기어코 올 것이라서 두 눈 반짝였다.

내일은 오는 거였고 새로운 날이었다.


그믐의 까만 밤

울타리를 넘는 바람 한 가닥

서리서리 접었던 기대를 펼쳤다.

형형색 마음에 그렸던 그림들이 툭 하고 그림밖으로 튀어나왔다.

오늘이다.

온몸에 매달려 땀범벅을 만드는 시간을

오늘이라고 했고 지금이라고 했다.


지나쳤으므로 사라지고 없었다.

움켜쥐었던 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지듯

유유자적 귀 닫고 흘렀다.

입 아프게 부르지도 마라.

지나간 것들은 가슴에 담는 그림이다.

이미라고 했고 어제라고도 했다.

왁자지껄 소란스럽다가

발걸음소리에 일제히 입을 다무는

개구리울음 같은 거였다.

가슴에 고이 접어두는 그림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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