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어라!
나이를 먹었다 해도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음을 새삼 알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
티 하나 없는 하얀 종이
갈매기도 가까이 않은 모래밭
따위를 보았다 하자.
쪼르르 달려가
손가락 펜을 삼아 마음을 그리고야 만다.
"엄마 ♡ 사랑해요"
"자기야? 나 잡아봐라~~!"
조금은 유치하고 닭살이 돋아도 그렇다.
어리거나 청춘이거나
혹은 늙어 뼈마디 쑤신다거나 해도 그렇다.
순수함은 순수함을 알아본다.
순수하다는 건 조금은 유치하고
때로는 낯뜨거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뻔뻔하고 느끼하고 치졸도 하다.
마냥 주어도 주고 싶은
그래서 외사랑 일방통행이어도 좋은
너 하나에 나 하나 하는
주판도 계산기도 필요치 않은 서설.
말갛고 투명한 것들 바라보면
몸뚱이 제 먼저 알아 움쩍이는 마음.
쪼르르 달려가
중지 길게 뻗어 마음을 그리는 거야.
때 묻지 않은 마음조각
그렇게 깨끗한 어딘가에다 후두둑 후두둑
봄비 내리듯 글씨를 쓰고
까무룩 따스한 햇살 한 줌 흩뿌려
"피어라, 피어라. 너 꽃으로 피어라!"
유치하고 달달한 주문을 외는 거야.
해맑은 아이거나
피끓는 청춘이거나
묵직한 중저음의 노년이거나
굳이 편을 나누어 너는 이래서 이렇고
너는 저래서 저렇고
입방아 찧을 필요는 없지.
늙은 매화도 봄이면 붉고 푸른 꽃
송이송이 피워내 어찌나 향기로운지 나는 안다.
세월의 향기 보태어서 오히려 더욱
짙고 깊고 무거움을 안다.
몸뚱이 쪼르르 달려감은 그래서 좋을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