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 하나 띄웠으면 좋겠어

어디로든 흐르고 흐를 수 있다면...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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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많은 것들

오늘도 멈춤이 없으니까

작은 배 한 척 띄웠으면 좋겠다.

햇살이 일렁이거든

맑은 빛줄기에 살포시 스며들

나뭇잎 하나여도 좋겠고

물결이 찰랑찰랑 소리로 일렁인다면

바람조각 떼어다가 뱃놀이도 좋겠지.

어기여차 어기여차

노를 저어라

퍼드덕 퍼드덕

날개짓 가득 담아 돛을 펴도 그만인데

배 한 척 띄워 놓고서

일렁일렁 어슬렁거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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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멈추는 어디여도 좋다

돛을 거두고 닻을 내려

거기 머문 자리에서

귀밑머리 하얗게 새도록 늙어지면

또 어떠랴

일렁여도, 흘러가도, 떠밀려도 그렇지

먼 과거에 오늘을 꿈꿨었을까?

그래서 마침내 여기에 멈췄을까?

물음은 헛되고 입은 아프다

그래서 그런 거야!

일렁이는 것들 무엇이 됐든

작은 배 하나 띄워놓고서

흐르다 멈춘 그곳에서 늙어도 좋겠다.

더는 떠돌지 않아 좋을 그 어디에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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