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들 다 모여라

#08 길을 걷다가도 마음을 빼앗겨

by 이봄

남자에게 버릇이 생겼습니다. 거리를 걷다가도 화단에 핀 꽃 한송이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예쁘게 핀 꽃송이 요리조리 뜯어보다가 '녀석 예쁘네'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야 맙니다. 어떻게 찍으면 좀 더 예쁠까 내려보고 치켜보면서 부산을 떨게 됩니다. 무슨 포토그래퍼도 아닌데 온갖 포즈를 취해가면서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것에도 주저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땅바닥을 기어서라도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건질 수만 있다면야 마다할 그가 아닙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부끄러울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뜯어보고 만져보고, 야단법석을 떨고서야 엉거주춤 일어나 찍은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에이, 생각보다 좀 그러네."

절레절레 머리를 저으면 한참의 수고가 공염불이 되고야 말지만

"아, 생각보다도 훨씬 좋구나"

중얼거리는 순간이면 세상 대단한 걸 얻은 기분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라도 된 듯 우쭐해지는 남자입니다.

"이 꽃 어때. 참 예쁘지? 물론 너 보다야 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예뻐서 찍었어"

너스레를 떨어가며 문자를 보내면

"아이고, 됐네요. 중증이야, 이 정도면. 알아 그거? 그래도 꽃은 참 예쁘다. 고마워^^"

함박웃음 같은 답문자가 옵니다. 헤벌쭉 웃고야 맙니다. 예쁜 것 하나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이 행복합니다. 돌잡이 사진을 찍으면서 온갖 아양을 떠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위해 남자도 한바탕 아양을 떨었습니다.

"우르르 까꿍! 얘야, 여길 봐, 여기"

꿈 하나가 생겼습니다. 이루어질 꿈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기를 쓰듯 다시 찾아온 떨림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게 세월 앞에서 참으로 보잘것없음을 알기에 침 발라가며 꾹꾹 눌러쓰던 일기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꺼내 볼 수 있는 책 한 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마당을 서성이거나 들에 나가 일을 하다가도 빼앗기는 시선들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꿈이라고 해서 모두 이뤄지는 것도, 이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생각 하나 가슴에 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연인이 프랑스 어느 해변을 걷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습관으로 틀어놓은 텔레비전이 쏟아내는 그림입니다. 달달한 말들이 꽃처럼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해변을 걷는 연인을 보다가 생각했습니다. 둘이 해변을 걸어보고 싶다. 함께 해본 게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왠지 좀 서글프기도 합니다.

아닙니다. 해본 일이 없는 만큼 앞으로 해볼 일이 그만큼 많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과 해본 것들이 꿈으로 날아오릅니다. 엄지손가락 곧게 세우고서 말을 합니다.

"예쁜 것들 여기여기 모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