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ing

#07 달 자라듯 그렇게

by 이봄

'겨울이 오면 하고 싶은 것들' 이렇게 적어 놓고서 남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겨울이 오면 뭘 할까?

따뜻하게 덥힌 손으로 두 뺨을 녹여주는 것 하나와 하얗게 쌓인 눈밭에다 너의 이름 곱게 쓰고, 이름 밑에 하트(♡) 하나 그려 넣는 것 둘. 그리고 푸른 소나무 호위병처럼 늘어선 호숫가를 유유자적 걷는 것 셋.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 만지작이며 걷는 길에는 뽀드득뽀드득 눈이 밟혔으면 더욱 좋겠다. 날은 춥고 바람은 사납게 불어올 겨울이지만 추워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되는구나 생각하던 남자가 웃었다.

"그래, 정말 둘이 할 수 있는 게 제법 되네. 좋다"

날이 춥게 매우면 매울수록 따뜻함은 더 그리워지고, 혼자 보다는 둘이 좋을 일들이 추위 속에서 오들오들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따뜻한 커피숍에서 쓴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너의 체온을 느끼게 될 거고, 깎지 낀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체온은 세상 가장 따뜻한 온기임이 분명했다. 언 얼굴로 전해지는 온기는 펄떡이는 심장에서 시작된 뜨거운 마음이다. 태양처럼 붉은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너의 언 뺨 위에 다다랐을 때 뜨거움 울컥 쏟아내어 전하는 마음, 몇몇의 사람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사랑이다.

"어제 올려놓은 글이 참 좋아요. 글을 읽으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겠다. 어때요? 제 말이 맞죠. ㅋㅋ"

그녀의 덧글은 그렇게 글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고,

"아, 좋다 말씀하시니 고맙네요. 글쎄요? 제가 따뜻한 지는 잘 모르겠고요. 그냥, 모질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

남자는 여자의 칭찬에 얼굴 붉히면서 대답을 했다.

흩어진 말들이 하나씩 둘씩 짝을 짓고, 짝을 이룬 말들이 또 끼리끼리 모여들어 문장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둘은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문장이 늘어갈수록 말의 깊이는 깊음을 더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에 더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하루하루 자라나 완성되는 보름달의 풍성함은 한 달 삼십 일이 주어져야 완성되었다.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달의 채움과 비움은 열두 번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야만 일 년 삼백 예순 다섯 날의 단단한 묶음으로 완성되었다. 너의 두 뺨으로 전해지는 체온도 그랬다. 아궁이에서 타닥이며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순간으로 달아오른 열기가 아니다. 하루 0.1도씩 365일을 더해야 만들어지는 체온이었다. 흩어졌던 말들이 모여 문장으로 완성되듯 마음의 조각들이 쌓이고 쌓여 완성된 체온이었다. 36.5도씨, 365일. 느리지만 멈춤 없이 이어져 만들어지는 완성. 그래서 그대에게 가는 나의 마음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겨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 서넛 적어가다가 맨 밑에 이렇게 적었다.

"언제나~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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