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해 밤만 길다
잠들지 못했다.
잠은 달아나서 코빼기 조차 볼 수 없고
빈 방 서성여도 홀로 빈 방.
술이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 싶은데
원래 개똥도 약으론 없는 게 이치다.
싱크대 수납장을 버선 속 뒤집듯
다 뒤져도 없다.
개똥이 약으로 대접받는 밤이다.
있었으면 하는 건 없고
없었으면 하는 건 약방의 감초로 얄밉다.
밉고 얄미워도 손에 닿지 않는 거
혀 내밀어 조롱하듯 달려들고,
나는 다만 알콜 한 방울 간절하다.
달아난 잠은 새벽만 말똥이 불렀다.
.
.
.
.
아, 와인이 한 병 있었구나.
특별함을 특별하게 치장하고 싶은 날,
그런 날에 마시고 싶었다.
특별한 술이라서 그랬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특별하다.
대체로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의 날이거나
일들이 특별한 녀석으로 자리매김을 한다만
딱히 그래야만 특별한 건 아니다.
없었으면 하는 일이 비온 뒤
죽순으로 돋는 날도
평범하지 않기에 특별하고,
차마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다 해도 그렇다.
좋아서 특별하고 나빠도 특별한 날,
봄부터 가을까지 오늘을 위해
꽃 피고 열매 맺어 가을을 여물게 했는지도
그랬는지도 모른다.
새벽을 여는 불면이 특별했을까?
코르크마개 뻥 하고 뽑았다.
어차피 달아난 잠 소리라도 시원하면 좋고,
한 잔의 알콜에 또 아나?
달디 단 보약같은 잠이라도 떼거리로 달려들지.
특별함을 더욱 특별하게
와인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