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남자

그대 받아 줘요

by 이봄

상상에다 공상 하나....



댕그렁 뚝딱 요란한 몸짓으로

망치를 두드리고 나사를 조였어.

윙윙위잉 커다랗거나 좁다랗게

구멍도 뚫고 함석도 잘랐지.

뚝딱뚝딱 끼익끼익 쇳소리 어지럽다가,

번쩍번쩍 불꽃 사방으로 튀기도 했어.

마침내 우그러지고 찌그러진 깡통로봇 하나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어.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호랑이로 태어났으면 호돌이,

곰으로 태었났으면 곰돌이....

그럼 넌 깡통으로 만들었으니까 깡돌이?

에이, 깡돌이는 어째 이상하네

그냥 깡통이었으니 깡통! 좋네, 깡통ㅎㅎ

깡통으로 이름을 지었어.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깡통이야.

"깡통아, 알아들었지?"

"응, 알았어"

"응, 알았어"가 아니고

"네, 알았어요!"야 인마.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꿀밤도 날렸다.

어린애 말을 배우듯 말을 배우고

꽃이며 사과, 망치, 못, 나사...

사물을 익혔지.


그러다가 너를 본 거야.

"저긴 누구예요?"

"뭐가? 뭘 보고 그러는데?"

깡통의 시선이 머문 곳을 따라가니

니가 있는 거야. 처음이었지.

깡통이와 너의 첫만남이었어. 녀석 봐라.

"여긴 깡통이고 이쪽은 순이라고, 형아

애인이야! 인사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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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

그날부터 녀석이 정말 깡통이 된거야.

엉뚱하고, 생뚱맞고, 도통 말도 들어쳐먹지

않는 꼴통 깡통이 됐어.

종일 들판을 헤매면서 꽃을 꺾고 풀잎을

뜯어다가 궁시렁 부시렁 끈을 찾아

묶고, 자르고, 포장하고, 여념이 없다라고...


물었어.

"지금 뭐하는 거니?"

"꽃다발 만들어요!"

"왜? 누구 주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니?"

"네, 있잖아요. 그게 순이 주려고요!"

"뭐, 뭐라고?"

기가차고 콧구멍이 막혔어.

"에라이 이놈아!

순이는 형아 애인이라고 했지"

"그래도 순이가 좋아, 꽃 주고 싶어. 나도..."


이런 상상을 했어.

공상이라고 해야하나? 뭐면 어때?

심장 없는 깡통로봇도 널 보면

들꽃을 꺾어다 다발을 묶고서

한 무릎 꺾어 고백을 할 거야.

"받아줘요. 그대. 내 마음이예요"

녹 슨 깡통도 발그레 심장 뛰게 되는

마음, 사랑이야. 깡통이의 사랑!


맞아, 넌 꽃을 부르는 사람이야.

그런 여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