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뒤섞여 칼칼하게 찌개가 끓어
쉽게 쉽게 하게 되는 말들
식탁에 널어놓고서 가만 가만 들여다 봤어.
좋아해, 사랑해, 보고 싶어, 예뻐,
가끔은 미워, 그래도 좋아....
말들이 싱그러웠지.
싱그런 녀석들 줄을 세우고,
찌개 한 뚝배기 끓여야지 생각을 했어.
칼칼하게 시원한 말
'그래도 좋아' 숭덩숭덩 썰어 준비하고,
달짝지근 달콤한 말
'사랑해' 어슷어슷 잘라 준비해서
뭉근한 뚝배기에 넣는 거야.
그리고는 생수처럼 맑은 말
'좋아해' 시원하게 부어주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마지막에 요녀석을 넣는 거지.
눈물 찔끔 매운 말
'가끔은 미워' 청양초 곱게 다져 넣는 거야.
보글보글 바글바글 소리만으로도
입안 가득 군침이 돌아.
뜨끈따끈 끓는 찌개 더 기다릴 거 뭐 있겠어.
한입 가득 떠 넣으면 '아, 시원하다'
탄성을 자아내지. 찌개 한 뚝배기에
배부르고 나른한 게으름 같은 만족.
허연 배 들어내고 긁적여서 행복한 거.
당신 사랑해 절로 뱉게 되는 거야.
그러다가 포만감으로 행복한 말,
식도를 기어올라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거야.
'너 보고 싶어!' 정말이야,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 얘기하다가 딸꾹, 딸꾹질을 했어.
입술을 맴돌다가, 오물오물 망설이다가,
마른침 삼키듯 꿀꺽 삼켜야 하는 말인 걸.
잊고 있었네, 놀라서 딸꾹!
좋아해, 사랑해 하는 말보다도
너 보고 싶어!, 라는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알아.
그리워서 그리움 또르르 눈물처럼
맺혔다가 후드득 소낙비로 내리는 날,
마침내 '아, 소나기야. 소나기가 내려!'
말을 하는 거야.
너 보고 싶어 말을 하는 거야....
오늘도 바글보글 찌개가 끓어.
얼큰하고 구수하게 찌개가 끓어.
좋아해, 예뻐, 사랑해, 미워, 그렇지만
그래도 니가 좋아. 말들이 뒤섞여
보글바글 맛있게 끓고 있어.
그러다 한소꿈 맛나게 끓어넘치다가
툭하고 튀어나오는 거야.
너 보고 싶어.
보고 싶은 사랑이야.
오늘도 찌개가 끓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