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들썩이던 2002년 봄날에 태어났다. 5월, 햇살 좋은 어느 날에 만났다. 꼬물거리는 새끼고양이 몇 마리를 종이상자에 담아 좌판을 펼친 할머니, 지나는 내게 고양이 한 마리 사실라우?
그렇게 식구가 된 고양이 오월이는 그래서 이름도 오월이다. 그 오월이가 나이 열다섯 살을 먹었다. 요즘 들어 부쩍 응석이 늘었다. 좀처럼 오가는 나를 그냥 지나치지 못 한다. 인기척만 느끼면 쪼르르 달려와 '야옹 야옹' 울고 부빈다. 흔한 개냥이 중에서도 유별난 개냥이다.
한때는 도시고양이. 서울의 중심부, 디자인 사무실에서 이렇게 모니터의 뜨끈함을 구들삼아 살았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오월이의 하는 꼴이 딱 그짝이다 싶기도 하고, 평소의 몸짓도 늙음을 실감하기에 충분해서 '네이버'에 물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어떻게 되나요?"
했더니 종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10~15 년'을 산다고 대답을 한다.
"그랬구나. 대략, 천수를 누려도 15년이 한계로구나!"
주인의 부침에 따라 지금은 시골고양이. 도시에서 이주한 오월이는 쥐를 보면 자지러져 꽁무니를 뺀다.
"무심히 이 여름을 건널까?"
오월이 나이 다섯 살쯤인가? 용변 처리용 모래를 청소하다가 혈변을 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그러고 보니 오월이는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야옹야옹 울고 있고. 부랴부랴 오월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얘가 혈변을 봤어요. 왜 그렇죠?"
간단한 문진에 이어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혈액검사를 위해 혈액도 뽑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엑스레이 필름을 판독하던 선생님이 얘기했다. 필름에 결석이 보인단다. 신장결석. 그때 고양이도 결석이 생기는 걸 알았다. 하기야 살아있는 생명인데, 단지 말못하는 고양이 일 뿐, 사람이나 고양이나 다를 게 뭐 있을까.
며칠 입원을 했던 오월이는 퇴원과 더불어 저칼슘 사료로 먹이를 바꾸고,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달포는 먹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자두나무 그늘이며 평상 밑 그늘을 찾아 오수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만 가서 걱정이지만 그래, 시원하게 한 숨 자거라
올해, 늙은 오월이의 여름나기는 괜찮을지 모르겠다. 걷는 걸음엔 기운이 없다. 까칠해진 털은 윤기라곤 하나도 없어 부스스하다. 우는 소리엔 애잔함이 뚝뚝 묻어나고, 바라보는 눈망울엔 눈물이 한바가지 들어찼다. 그런 오월이가 자리를 맴돌며 머리를 부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