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가 먹고 싶어

돌나물 파릇하게 고명으로 얹은

by 이봄

배가 고파. 비는 내리고

밤은 깊은데 갑자기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도 먹을 건 없고,

등가죽은 뱃가죽을 만나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거야.


근데 사실 배가 고픈지도 잘 모르겠어.

고프다고 생각을 해서 꼬르륵 꼬륵

소리를 내는지 확실도 않아.

마음 허전해서 덩달아 배도 허한

척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


어느 날 내려온 시골에서 곤한 잠에 빠졌었어.

그랬는데 그런 거 있잖아.

늙은 어미가 머리맡에 앉아

이마의 머리카락 쓸어올리면서

"아이고, 우리 막내 많이 힘들었구나?

너 좋아하는 국수 삶았어!

한 그릇 먹고 더 자"

하시는 거야.

난 그 소리 뻔히 듣고 있었는데 일어나지 않았어. 좋아서 일어날 수 없었지.

너무 좋은 거야.

머리카락 쓸어올리던 그 손길이

좋아서 난 자는 척을 했어.

그때도 오늘처럼 봄날이었나 봐.

김치 송송 썰고, 고추장 양념으로

비벼낸 국수였는데, 고명으로

돌나물이 어찌나 파릇하던지 몰라.

아삭하고 매콤한 비빔국수였어.

후루룩 후룩 게 눈 감추듯 먹었지.

알지? 내가 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날처럼 매콤 상큼한 비빔국수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네.

그래서 느닷없이 허기가 몰려오고,

이마는 괜히 간지러워지는 거야.

흐트러진 머리카락 곱게 쓸어올리며

"아이고, 우리 막내 피곤하구나?"

물어줄 어미도 더는 없는데

배는 고프고 국수는 먹고 싶어.


가끔 네가 묻고는 하지.

"뭐해? 밥은 먹었고?"

"응, 먹었어! 시간이 몇 시인데..."

말을 했지만 지금 밥은 먹었니?

묻는다면 이렇게 햬기할 거야.

"나 배고파. 매콤하게 국수 한 그릇 비벼줄래?"

네가 만든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

내 이마 쓸어올리면서

"그만 일어나? 국수 먹고 더 자.

당신 좋아하는 국수 삶았어!"

아, 그랬으면 좋겠어.


고명으로 얹은 돌나물은

여전히 파릇하게 돋아나고,

나는 배가 고픈 밤이야.

국수가 먹고 싶어. 그것도 매콤 아삭

싱그러운 나물 비빔국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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