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은 일종의 사치다
"아점과 브런치가 궁금해서..."
사전적 의미는 어떨까 궁금해서 '아점'과 '브런치'를 검색했다. 이미 낱말이 주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전적 뜻풀이를 보여준다. 특별한 의미를 중언부언 나열할 게 없기도 하다.
아점이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밥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브런치는 아침을 뜻하는 블랙퍼스트와 점심을 뜻하는 런치의 혼성어로 우리 말로는 아침 겸 점심 즉, 아점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 체험하게 되는 의미로도 그럴까?"
아점하면 떠오르는 아줌마, 산발한 머리에 질끈 동여맨 앞치마로 동분서주 종종거리던 '아줌마'의 아침은 이미 포연 가득한 전장이 된지 오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꾸역꾸역 쏟아낸 객차가 덜커덩이며 역사를 빠져나가듯, 푸닥거리로 아이들과 남편을 배웅하면 이미 아줌마는 선혈이 낭자한 패잔병의 몰골이다. 여기저기 포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백병전을 치뤘던 그녀는 내상이 깊다. 전의를 상실한 부상병.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티비를 켜고 충전 빵빵한 휴대폰을 집어들고는 이웃집 철수엄마와 수다를 떤다. 야전병원으로 후송과 막장드라마는 일란성쌍둥이다. 응급처치의 끝자락에 등장하는 몰핀은 '아점'이란 이름으로 개명을 했다. 양푼 가득 쓱쓱싹싹 밥을 비비고 '철수 엄마 뭐해? 응, 난 아점 하려고....'
그녀의 아침은 분주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정성들여 아이라인을 그리고 가볍게 홍조를 더한 두 볼은 상큼한 복숭아 향이 좋다. 구김없는 흰 블라우스에 몸매가 드러난 검정스커트는 여전히 곡선이 예쁘다. 잘 닦여 반짝이는 힐은 언제나 도도하게 그녀를 뽐내기에 충분했다. '안녕? 좋은 아침' 목소리는 경쾌서 듣는 이를 기분좋게 했다. 회의는 간결하고 명료했다. 충분히 검토된 자료들은 업무의 진행에 힘을 실었다. 그녀가 햇살 좋은 카페에 앉아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그림이다. '어디였더라, 어디서 봤지?' 그래, 그렇지. 커리어우먼의 브런치다. 브런치는 그렇게 포장되어 거리를 누빈다.
성공한 전문직 여성과 전업주부, 소위 실장님으로 대변되는 능력있는 남자와 골방의 백수 그 어디쯤에서 아점과 브런치가 스치고 지나친다.
"내게 브런치는 뭘까?"
속하지 않는 자유와 스스로 속박하는 구속의 양면이 브런치에 있다. 가끔 듣는 말이 있다.
"넌 왜 글을 써?"
왜? 왜 글을 쓸까. 그러게. 왜 매일 수많은 말들을 끄적이고 여기저기에 올리는 걸까? 쓰지 않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다면 모르겠는데 딱히 그런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전업작가로 생계를 잇는 것도 아니고, 소위 타고난 재능이 아까워서도 아니다. 재주는 일천해서 관심을 따라주지 못해 안타깝고, 일상은 고단해서 여유로운 나를 말 하기에도 좀 그렇다. 글발엔 유머도 없고 유려한 멋도 없다. 재주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일상의 부분을 증폭해서 얘기를 만들고 없는 재주를 붙들어다 말들을 꾸민다. 현실도피나 회피쯤 되겠다 싶다. 하루를 관통하는 고단함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내일도 마찬가지로 답답한 나라지만 가끔 마주하는 부분에 만족이나 기쁨이 있다. 부분에 집착하는 그래서 전부를 잊고 싶은 것,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상의 구속에서 맞이하는 일탈과 자유. 끼니로써의 브런치도 그렇고 현실도피의 방편인 글쓰기도 그렇다. 정해진 궤적에서 한 발 물러나 맞이하는 자유의 시간, 삼시세끼에 대한 보드라운 저항 브런치. 그래서 브런치는 자유이기도 하고 일종의 해방구로 역할을 한다.
반면, 어차피 독자가 영원히 한 명일 수밖에 없는 일기를 쓰는 게 아닌 까닭에 사람들의 반응에서 자유롭지 못해 수시로 반응을 염탐하게 된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라고 주절이다가 언제부턴가 구속에 매몰된 나를 만난다. 새로운 글을 올리고 얼마나 읽었을까? 궁금함에 조바심을 떨게 된다. 그래프가 급하게 경사를 이루면 일희 하고, 완만을 넘어 부동의 경사면을 만들면 일비 하는 집착이 또 나를 구속한다.
"아점으로 끼니를 떼우고 브런치를 탐하다"
오늘도 나는 아점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브런치의 식구로 20일이 흘렀고, 17, 8편의 글을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있었다. 아홉이라는 구독자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중 절반은 이미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늘어진 메리야스에 반바지 대충 걸치고서 양푼에 쓱쓱 밥을 비벼 아점으로 끼니를 떼우고서 "brunch"를 탐했다.
"뭣이 중헌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희일비 말았으면, 그래야만 해방구 한켠에서 어깨춤이라도 출 것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