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늘은 두 평, 가끔 별 뜨고 달 지는
두어 평 하늘이 창문처럼 매달린 우물 속 개구리 한마리, 벌러덩 들어누워 하늘을 본다. 바쁠 것도 없는 하늘가에 빼꼼이 구름 하나 흘러간다.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길, 하늘은 동그래서 시작과 끝, 동과 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깜박이는 눈꺼풀과 매달린 하늘이 다르지 않았다. 굼뜬 두꺼비 부뚜막에 앉아 눈만 껌뻑일 때 하늘은 열리고 닫혔다.
발가락 까딱이다가 문득 생각했다. 그 많던 선녀는 다 어디로 갔을까? 동네마다 선녀탕은 텅텅 비었다. 아니, 선녀가 사라진 골짜기마다 분칠 고운 처녀애들 짝하여 놀고, 선녀들은 더 이상 두레박을 타지 않았다. 더는 두레박을 타지 않음에도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뭇사내들은 벗어제낀 날개옷에 눈독을 들일 것도 뻔한 일이다. 아이는 넷이나 낳아야만 했다. 다 안지 못해야 날개는 날개짓을 포기할 터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짹짹 노란 주둥이 한껏 벌리고는 '배고파, 배고파요!' 자지러지면 송충이 한 마리에 풍뎅이 두 마리, 뻐근한 날개죽지에 피멍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를 갈피에 넣어 책장을 덮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재갈을 물고 침묵해서 좋았다. 번잡스런 통행으로 어지럽던 길은 잘라내어 한가롭고, 기웃거릴 이야기도 없으니 부라린 눈을 감아도 그만이다. 자청한 유배지는 적막하고 고독했지만 반대로 고요하고 간결해서 좋았다.
두어 평의 하늘과 세상과 맞닿은 고만한 마당이 전부였어도 좁다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들리던 풍문은 발목을 잘렸는지 낮은 담장을 넘지 못했다. 탱자나무 가시는 스스로 뭉툭해져 따갑거나 엄포를 놓지 않았는데 나무를 비집고 잘난 혓바닥으로 유혹하는 세상의 것들은 없었다. 풍덩, 소리도 요란하게 오르내릴 두레박은 없었다. 날개죽지에 시펗게 피멍 들어도 좋겠다 싶은 열정도 식었다.
또르르 벼루에 물 한방울, 쓰윽쓱쓱 먹을 갈아 '이만하면 됐지. 우물에 걸린 하늘에도 별 뜨고 달 지는 것을...' 주절이듯 써 놓고서 다시금 발가락장단 맞추면 그만이지 뭐 더 있나.
눈에 깔때기 바짝 갖다 대고서 요목조목 뜯어보는 세상도 나쁘지 않았다. 다 보아야만 알 세상이 아니었거든 다 볼 필요도 없다. 매달린 하늘에 떠가는 구름조각에 주절주절 엮인 것들로도 가슴은 비좁고 머리는 복잡할 수도 있다. 머물지 않으니 바람이 부는 것이고, 구름의 생김에 날이 좋은지, 나쁜지, 깃털 구름이 가벼우면 분명 계절은 가을임을 알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경이라도 쓴다해서 무엇이 다르랴. 희뿌옇거든 오리무중, 속수무책, 갈팡질팡 난해하게 햇살 나부낀다 치부해도 좋겠고, 또렷한 달빛 교교하게 흐른들 빠져 죽은 이태백의 달이 아니던가. 우물 안 개구리여도, 두어 평 남짓 하늘과 고만한 마당, 거기도 차마 채우지 못하는 내가 그나마 다행이다.
희롱해도 좋다. '조삼모사'여도 나쁘지 않겠지만 기왕이면 시작에 배불러도 좋겠다 싶은 '조사모삼'. 일희일비 어리석다 할 그대여도 좋다.
어차피 달 하나 뜨는 데에 온 밤하늘이 필요치 않다 생각하면 그 뿐. 종재기 작은 품에도 바다의 짠맛이야 백 배 천 배 담고도 남는다 했으니 팔베개 늘어지게 두어 평 하늘 바라봐도 나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