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칠일, 또 다른 시작

우화를 위한 三七日, 나비의 시간

by 이봄


"무슨 일이랍니까?"


당황스러운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스마트폰이 종일 울었습니다. 오랜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삶이라서 적막하기 그지 없는 일상입니다. 종일 전화도 울리지 않는 날들이 많습니다. 찾는 이가 없다는 얘기가 되겠고, 스스로도 가급적 도회지로의 외출도 자제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외로울사 사람인지라 세상과 담을 쌓고 살 수는 없기에 세상을 향한 쪽창 하나는 남겨두었지요. 워낙 외지고 한갓진 삶이어서 창을 두드리는 이도 없어 늘 바람이 머물다 웅웅 작별을 고하는 정도였으니 오늘의 창은 번잡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시뻘겋게 녹슨 자전거도 바삐 어딘가를 찾아 달려갑니다. 그 끝에는 분명 반가온 얼굴 있겠지요

난장이요, 잔칫상입니다. 조회수가 고작 100여 회가 고작이었던 제 뜨락에 어제부터 부쩍 걸음이 늘더니만 오늘은 흙먼지 희뿌옇게 대군이 몰려와 산천경계를 흔들었습니다. 40,000이 넘는 대군입니다. 수와 당 두 나라와 명운을 걸고 전장에 임했던 고구려의 군사가 보통 4, 5만에 지나지 않았으니 엄청난 수라 할만 합니다. 물론 절체절명의 급박한 형국에 총동원령이 내려지면 20여 만의 군사가 동원되기도 했다 합니다.

여튼, 오늘을 정의하자면 당황스러운 날이다, 로 정리하면 될 듯 합니다.

껍데기가 단단해야 파도를 이깁니다. 세상을 향한 날개짓에도 여물어야 하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삼칠일이 되는 날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드리우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는 것은 물론이요, 삿되고 어지러운 기운까지 막기 위해서 치는 것이 금줄입니다. 삼가하고 조심하는 경계의 마음, 아직은 온전한 생명으로 다듬어지지 못한 미완의 목숨을 강건하게 지키려는 가족의 기원이 금줄에 담겨 아이를 보호했는데, 그 금줄을 거두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 삼칠일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세이레, 삼칠일, 21일은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날입니다. 음(1)과 양(2)이 만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수가 3 입니다. 그 상서로운 변화의 수 3에 세상(동서남북)을 뜻하는 4가 더해져 완성되는 수가 7이라 합니다. 우주의 기운이 합쳐져 완성된 첫 번째 숫자가 칠이 세 번 거듭 된 날, '세이레 날' 삼칠일 입니다. 상서로운 숫자요 날입니다. 오늘이 그런 날인데 사람들이 구름처럼 뜨락에 몰려와 왁자합니다. 새로운, 어쩌면 평생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타박이 파도를 이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고, 늦게 배운 도둑질로 날이 샌다해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내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또 브런치가 어쩌구 타령이냐?"


면박에다 구박을 더해 한심하단 눈초리까지 삼단콤보로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나잇살이나 먹고서 호들갑도 유난스럽다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압니다.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하릴 없으니 별 깜도 못 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장황설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말 할 수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마음에 방점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일 마다, 사건 마다 사람들은 마디를 나누고 나뉜 마디 마디에 그럴싸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다행이야!' 위안을 얻습니다. 걸음이 불편한 노인에게 들린 지팡쯤 될까요.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이라 이름짓고 의미를 붙입니다. 청춘의 강건함을 지키는 지팡이다, 하는 식입니다.

오늘 삼칠일의 왁자함에 저 또한 같은 의미 하나 붙이려 합니다. 황톳물 사납게 너울거리는 냇가에 섶다리쯤의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냇물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건너편에 안착하고 싶은 마음, 팍팍한 길에서 만나는 품 넓은 그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상서롭다는 '三七日' 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점과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