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민트향이 떠올라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꼬치꼬치 묻지는 말아요. 늘 하는 얘기지만 오늘도 딱히 이래서 그래 하는 말은 할 수가 없네요.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당신하고 얘기를 하다 보면 말끝에 향기가 맺히더라고요. 막 씻고 나온 살냄새처럼 진하진 않지만 어쩐지 마음 상쾌해지는 그런 냄새. 오늘도 다르지 않았어요. 문자를 보내고 이내 또 당신의 문자를 보다가 '아, 문자에서도 향긋한 풀내음이 나네!' 했지요. 남들이 보면 저녀석 미쳤구나 할 지도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랬어요. 어제에 이어 종일 비가 내려요. 새벽엔 어찌나 비가 퍼붓든지 빗소리에 잠을 깼어요. 쏴아 몰려가는 바람에 그만큼 요란하게 비도 댓거리를 하더군요. 요란하고 당황스러웠어요. 섬에 몰아치는 비는 난생 처음이었거든요.
주춤 비가 머뭇거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온갖 상상과 나름의 지레짐작이 부른 오해와 쓸데도 없는 걱정들이 '여보세요?'하는 목소리에 꼬리를 감추고 말았지요. '응, 여보세요!' 잇는 내 말에는 이미 헤벌쭉 가슴이 뛰고, 이러다가 섬이 모두 쓸려가는 건 아닌지 웃기는 상상에 젖었던 시간은 오간데 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했어요. 웃고 말았어요.
문자를 보면서 화면 가득 뜬 글씨에도 '향기가 나요!' 했는데 목소리는 오죽하겠어요. 좋았지요. 정말 그랬어요.
방금 양치를 하고 말을 했을 때 맡게 되는 상큼한 입냄새가 좋았고, 젖은 머리카락 찰랑일 때 나는 샴푸 냄새처럼 당신과의 대화 끝에는 그런 향기가 여운으로 남아서 좋았어요. 특히나 오늘은 더했어요. 가파도 작은 커피숍 뜨락에는 지천으로 박하가 자랐는데 문득, 박하향 시원함이 당신을 닮았구나 했어요. 비 부슬부슬 내리는 마당에 앉아 예쁘게 자란 박하 줄기 두엇 잘랐지요.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어요.
말에서 박하향 풍기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향기로운 당신과 나, 아침의 대화를 남기고 싶었지요. 모르겠어요. 다만, 오늘의 기억은 그랬어요. 상큼시원한 당신이 좋아서 초록으로 향기로운 민트 하나 남기려 해요. 향기로와 행복한 대화였어요. 당신하고의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