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섞을 일 없으니 풀강아지 한마리 귀여워라
강아지풀 하나 강풍에 몸서리를 쳤다.
이끼처럼 들러붙은 시름 털어내듯
빨래를 하고, 햇살 부서지고 바람은 미친듯
불어가는 뒤란에 빨래를 널다
녀석을 보았다.
배는 어제 11시에 끊겼다.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말은 귀했다.
눈빛조차 주고 받을 사람이 없다.
그저 귓전을 울리는 바람과
지쳐 휘청이는 들풀만 두 눈 가득 들어차는
바람의 날이었다.
풀강아지 한 마리 손바닥에 올려놓고
얼마나 놀았는지 모른다.
중얼중얼 말도 붙이고, 손가락으로
복실복실 목덜미 간지르며
한참을 둘이 놀았다.
그나마 너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러면 말귀라도 알아듣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아양을 떨었다.
초록의 눈 깜박거리며
이제 정말 가는 건가요?
이별을 아쉬워하는 것만 같았다.
손바닥 위의 풀강아지
백지 위에 내려놓고서 사진을 찍었다.
가파도에서 마음에 담는 마지막 녀석이
초록으로 귀여운 풀강아지였다.
귀 따갑던 수다들이 자취를 감추고,
정작 한 마디의 말이 고플 때
사람의 그림자는 천 리 밖을 떠돌 뿐
나는 혼자였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둔탁하게 머리를 내리쳤다.
그렇지? 배 끊긴 섬에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덩그렇게 내팽개쳐진 섬이다.
일상이 바쁜 사람들
종종거리며 끼리끼리 몰려가고
나는 멀찌기 떨어져 바라만 볼 뿐
더는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고야 만다.
그저 풀강아지 한 마리
손바닥에 엎드려 귀 쫑긋 세우고
동그란 눈 말똥거려 위로를 한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널 아마도 오래 기억할 듯 싶다.
오래토록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 한 장
만지작 만지작 손을 보고
몇 마디의 말을 엮어 가슴에 담았다.
입 있고, 귀 있고, 눈 있다한들 뭣하랴!
정작 난 초록의 털복숭이
풀강아지 한마리와 종일 궁시렁
청승을 떨고야 마는 것을.
바람 잦아들어 끊겼던 여객선 뜨길
기원하는 밤이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