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채울까?

by 이봄



술이나 한잔 할까?

지나가듯 네가 물으면

쓰윽 입가에 미소 지으며 대답하겠지.

그래, 그럴까?

오가는 말은 정답고 시간은 흐뭇하게

주위를 가득 채울 거야.

박주산채면 어때?

잔 하나에 넘치는 바다가 있을 테고

우주의 시간이 거기에 있을 거야.

좋은 사람 얼굴 마주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온통 첩첩히 쌓여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 가는 거지.

한잔의 술은 그래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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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때때로 삼키기도 힘든

독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몰라.

고단한 것들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한 순간 잔설처럼 녹아

잔 하나 채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겠지.

하릴없는 시간 잔 하나 마주하니

계절이 춤을 추고 이야기는

시공을 넘나들며 광대짓을 하고야 마네.

웃기고, 울리고....

후회도 있고, 미련도 있고,

절망의 마음 먹장구름으로 일기도 하고,

때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처럼

희망의 마음 햇살로 부서지기도 해.

가마솥 가득 팥죽이 끓듯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은 들끓기 마련인 거야.


봄날이 어디 매화만 피라는 법이 있나?

오랑캐꽃도 피고 꽃다지도 수줍게

피어야 봄인 거야.

무엇으로 채울까? 조그만 잔 하나.

그러면서 사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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