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그리다
붓을 들어 봄을 그렸습니다. 망설임도 없는 단숨입니다.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된 그여서 망설임도 주저함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릴까? 떠올려 사색할 이유는 더욱 없습니다. 제 알아서 숨을 쉬듯 손에 쥔 붓이야 알아서 놀 일입니다. 바람이 불 듯 때론, 물 흐르듯 놓아두면 그만입니다.
일필휘지一筆揮之, 붓이 춤을 췄지요. 춤사위 물러난 자리에 능수버들 낭창이고 있었습니다. 이맘때면 늘 하게 되는 말 하나 있습니다.
"나무에 물 오르면 미세하게 번져가는 그 연두가 제일 좋아. 새 움이 돋고 날마다 초록을 덧칠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봄이면 뭐가 제일 좋아? 묻는 말에 늘 답하던 말입니다. 산벚나무 느지막이 꽃을 피우면 산은 온통 연두색 여린 물감을 풀어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턱 하고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버들가지 하나 바람에 휘청이면 초록이 뚝뚝 묻어날 것만 같습니다. 제 멋에 겨워 취한다 한들 또 어떨까요. 휘적이고, 낭창거리다 떠난 자리마다 몸서리치게 예쁜 봄이 피어날 터입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버들피리 물 위에 동동 띄워놓고 봄날의 산천을 넘나들던 어미는 어느 골짜기에 바람으로 불어가시는지. 그때에도 버들가지는 연두로 휘적였겠지요.
"있지, 버드나무에 물 오르면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어머, 나도 그러는데.... 꽃보다 더 예쁜 거 같아"
맞장구를 치는 그가 바람결에 한들거렸습니다. 봄이 한창 여무는 날, 능수버들 한들거려 좋은 바람이 붑니다. 설익은 풋내가 연두로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