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 한 알

알록달록 곱기도 하지

by 이봄

문방구 계산대 앞에 투명한 유리병 하나, 무지개 곱게 떠 아이들을 유혹했지. 노랗고, 빨갛고, 설탕 조각 잔뜩 뒤집어쓰고서 햇살처럼 빛났다. 그 이름도 귀여운 눈깔사탕. 하굣길에 만난 녀석의 유혹은 어찌나 끈끈하고 힘이 셌던지 좀처럼 걸음을 뗄 수 없었어. 사탕만큼이나 동그래진 눈으로 투명한 유리병 속에서 무지개로 아롱지던 눈깔사탕만 바라보다가 침 한 번 꼴깍 삼키고야 말았다. 뒤적뒤적 주머니를 뒤져봐야 없던 동전이 짠 하고 나타날 리 만무하고. 애꿎은 주머니만 타박질에 난감했다. 터벅터벅 걷는 걸음엔 심통 반에 고인 침이 반. 흙무덤 걷어차며 십여 리 길 멀게도 걸었다. 뾰로통 내민 입이야 말해 뭣할까.

제 보다 젯밥이라 했다던가? 자정이 돼야 지내던 제사. 꾸벅꾸벅 밀려드는 졸음에 연신 고개 방아를 찧기 일 수였지만 끝내 제사상을 떠날 수 없었다. 조상님이니 뭐니 하는 거야 어른들의 몫이었고, 나는 다만 젯밥에 눈이 먼 꼬맹이 일 뿐. 뭐, 그러면서 인생도 배우고 삶도 알아가는 거니까. 졸다 깨다 한 섬의 졸음에 두 손 두 발 들 때쯤 마침내 제가 끝나고 상을 물리면 높다란 제기에 알록달록 쌓여진 사탕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둥글넙적 멧돌을 닮았다고 멧돌사탕이라 부르던 사탕. 지금이야 젯상을 물려도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지만 그때는 분명 서로 눈독들여 차지하고픈 일 순위 젯밥이었다.

볼거리를 앓는 녀석처럼 툭 볼따구니 불거지게 달콤했던 눈깔사탕과 한 입에 다 넣을 수도 없게 크고 달달했던 멧돌사탕은 잠을 쫓아내며 기어코 손에 쥐고 싶었던 주전부리였다.

달콤한 사탕의 유혹과 유혹에 흠뻑 빠진 꼬맹이가 저 먼 기억속에서 환하게 웃던 날에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그와 그녀는 호호깔깔 웃었다. 꽃잎 사이로 햇살 부서지고,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은 또 어찌나 향기롭던지 형용할 수가 없다. 개울가 산책로엔 융단처럼 초록이 움을 틔웠다. 온갖 풀들이 뾰족뾰족 고개를 내밀고 민들레도 늦을세라 노랗게 꽃송이를 피웠다. 이팔청춘의 어린 연인들은 커플룩 곱게 차려입고서 젊음을 담느라 종종거렸지. 어찌나 예쁘던지. 그래?봄날의 청춘이니까.

"쟤네 참 예쁘다. 그치?"

"응,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겠지?"

곱고 여린 꽃 예쁘게 바라보듯 젊은 연인들 한참을 바라보았다.

꽃바람에 취해 예쁘다를 입에 달고 있는 그녀를 그는 또 그렇게 바라보았다. 꽃도 좋고, 바람도 좋다. 삼삼오오 풍경이 된 상춘객도 좋고, 무리에 끼어든 그들의 발자국도 좋았다. 그렇지만 결국 취해 행복한 건 그에겐 그녀다. 제보다 젯밥인 거다.

"꽃보다 그녀!"

봄비에 떨어진 꽃잎들 추억으로 몰려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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