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시끄러워 눈을 떴습니다. 쥐 죽은 듯 고요를 넘어 침묵이 세상을 삼키고야 마는 산골의 새벽은 무겁고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새벽을 깨우며 달려가는 자동차의 굉음이 아니라면 늦잠에 취해 긴 새벽이 잠들고야 맙니다. 서너 달의 겨울은 소리도 침묵을 강요받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소리 없어도 그만인 별들만 처마에 매달려 차르랑 찰랑 반짝이면 그뿐이었습니다. 달도 그랬고, 지나가는 바람도 뒤꿈치를 쳐들고서 골짜기를 이내 빠져나갔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이 울었습니다. 구들장처럼 덮고 있던 얼음을 밀쳐낸 개울은 참았던 눈물 쏟으며 서럽게 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마당에 주저앉아 발버둥 치며 우는 아이입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밤낮을 이어 울었지요. 장막으로 드리웠던 침묵이 깨졌음은 물론입니다. 한 번 무너진 침묵은 봄날의 잔설입니다. 위엄도 없고 명분도 없어서 개꼬리 감추듯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소리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돌담에 파릇파릇 돌나물 고개 내밀어 한숨을 토하고, 꽃다지며 냉이도 입을 모았습니다. 괭이밥은 철쭉나무 밑에서 야옹야옹 울었지요. 깨어난 것들은 저마다의 숨소리를 더했습니다. 재잘재잘 소리들이 송사리 떼 몰려가듯 마을을 돌아칠 때, 마침내 봄날의 소리는 이것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돌돌돌 흘러가던 개울이며 논 맨 윗자락에 웅크리고 앉은 방죽이며 물 괸 웅덩이마다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면 이미 소리는 소리를 지나 아우성으로 변하고야 맙니다. 암컷의 유혹과 수놈의 욕망은 부끄럼도 없고 수치스럼도 없지요. 벌겋게 상기된 눈은 상대를 찾아 툭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생존의 문제요, 살아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암컷은 수컷을 유혹해야 했고 수컷은 암컷을 차지해야만 했죠. 그래야만 삶은 대를 이을 것이라서 울어야만 했습니다. 목이 쉬도록 울어야만 내일을 약속할 수 있을 터였습니다.
시끄러워 눈을 떴습니다. 골짜기의 새벽은 잠들지 못한 것들이 쾡한 눈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어디쯤 왔을까요? 시끄러워 잠에서 깼습니다.
"빠앙 빵, 빵빵!"
경적이 울었고 치민 화에 버스 기사는 육두문자를 입에 물었습니다.
"어어 어.... 저 저 개 ××! 운전을 뭘로 배운 거야?"
창밖을 보았을 때 뭘 잘못 봤나 했습니다. 차들이 뒤엉켜 소란스러웠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던 차는 꼬리를 물고 멈춰 섰고, 주차장을 나오려는 차는 삐죽 내민 얼굴로 가던 버스를 막고 있었습니다.
"ㅇㅇㅇ갈비, ×××갈비...."
먹어야 하는 차와 이미 배 두드리며 나오는 차가 뒤엉켜서 허기진 배를 움켜쥔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장맛비가 며칠을 오락가락하며 마지막 빗줄기를 퍼붓고 난 뒤에 처음 돌아온 주말이기도 했고, 휴가의 절정이라는 8월의 첫 주말이 오늘이기도 했습니다.행락철이면 늘 벌어지는 풍경이라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오늘은 좀 심하다 싶었습니다. 난장판입니다. 그나마 활력을 잃어 조용하던 마을이 모처럼 와글와글 시끄러워서 다행이다 하기도 했습니다. 겨우내 침묵하던 골짜기가 소리로 깨어나듯 오늘 고향의 작은 시내는 휴가를 맞은 행락객으로 난장을 칩니다. 연못의 개구리들이 다만 도시에서 온 도시 개구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며칠 전 새벽, 먹구름이 일고 천둥은 우르르 꽝꽝 요란스럽게 울었습니다. 번개는 매서운 눈을 희번뜩이고 사나운 이빨로 까만 하늘을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요란스러운 여름이 시끄럽게 울었습니다. 개구리도 울었고 갈빗집도 아우성쳤습니다. 8월은 온통 시끄러운 연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