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문장을 만들지도 못하는데 가슴에서 꼬물거리는 말들은 쉽사리 내 시간을 허락하지도 않고, 게으름에 핀잔을 놓고야 맙니다.
그런 거지요.
"뭐라도 끄적여 봐?"
성가시고 불편하게 늘 조잘조잘 귀에다 대고 떠들고야 맙니다. 그럼 또 나는 그러고 말지요.
"알았어. 그만해! 나도 뭔가를 끄적이고 싶고, 누군가의 참견이 기다려지기도 해!"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새벽의 만찬에 술 한 잔 기울이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그나마 글 몇 줄 쓸 정신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두서없이 쓰는 말이지만 행복합니다. 길이 끊기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듯, 말이란 놈은 생각과 생각을 잇고, 가슴 절절한 마음을 이어 주기도 합니다. 말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고, 수다가 행복한 이유입니다.
얼쩡하게 취기가 오른 시간 먹물을 따르고 붓을 들었습니다. 뭘 쓸까? 화선지를 곱게 펴고, 호흡을 가다듬는 의식을 치루지요. 손바닥 가득 종이의 질감을 느끼면서 면을 펴고 붓을 듭니다. 그러면 살갗으로 느끼는 그 감촉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심장은 뛰고 혈관 가득 밀려가는 핏방울은 나를 전율하게 하지요. 때론 닭살 돛듯 피부가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소름이지요. 병이려니 합니다. 죽어야 끝날 자뻑이지요. 종종 친구 놈이 그런 말을 합니다.
"에라, 이놈아! 아주 자뻑이 중증이네. ㅎㅎㅎ"
맞아요. 하긴 그 맛에 아직도 꿈꾸며 이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없습니다. 주머니는 언제였던가? 기억도 없이 아득한 어떤 날에 비어버린 지 오래고, 채워질 기미는 영 그렇습니다. 그래도 나는 때때로 웃으며 행복한 놈이야! 주절거리게 됩니다. 뭐 대단한 게 있어야 행복한 건 아니다 싶습니다.
"당신이 있어 난 행복한 놈이야!" 떠들 당신이 게 있고, 주절주절 수다가 행복한 시간이 있으니 나는 다만 만족할 수 있어. 연두색 물감에다 다홍색 물감 조금 짜내고서 마른 붓에 촉촉이 물을 적시고서 오늘도 화선지 손바닥 가득 문질러 곱게 폅니다. 행복이 알알이 여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