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사는 거야

세상 만물은 무릇 그런 거야

by 이봄

독불장군으로 산다는 건 슬픈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고뿔 장군, 동장군이 아니고서는 그런 거 같습니다. 계절을 등에 업고 반기거나 말거나 환절기를 수놓는 고뿔 장군이야 뚜벅뚜벅 무소의 뿔처럼 제 길을 가면 그만이지만 무릇 사람이라면 주변을 둘러보고 살펴야만 불편하거나 껄끄럽지 않은 삶이 되겠지요. 그런 거 있잖아요.

"오늘, 고생했어"라든가 하는 따위의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산다는 건 뭔가에 기대게 마련이기도 하고, 공생도 있고, 함께여서 행복한 상생의 관계도 있다지만 무엇보다 뭔가를 꼭 얻어야만 선택하고, 선택되는 게 부는 아닐 테지요.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먼 길을 산채로 운송해야 하는 활어차는 운반하는 생선의 천적을 몇 마리 수조에 함께 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활이 걸린 생선들은 긴장해서 횟집 수조에 담길 때까지 그 활력을 유지한다고 하죠. 말 그대로 펄떡펄떡 날뛰는 생선을 운반하는 노하우겠죠? 순간을 여며 몇 시간, 혹은 며칠을 더 산다고 자유로운 생선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또 알까요?

그 서너 시간의 연장이 놈들한테는 대단한 무엇 일수도 있겠죠?


잠을 깨우고야 말았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는 천둥과도 같았지요. 생선장수입니다. 조그만 차에 몇 손의 생선상자를 싣고 아파트 단지를 떠돌지요.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이 그의 손님입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유영하던 은갈치가 한 마리에 5,000원 이라든가? 꿈벅꿈벅 눈을 치켜뜨는 동태가 얼마라든지 하는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싼 생선장수가 왔어요. 동태는 눈싸움에 핏대를 올리고 낙지는 발레 춤을 춥니다. 어서 오세요?"

바람은 산들거리고 햇살은 담장 위에서 동자승처럼 웃었습니다. 과하지 않은 커피가 차갑게 반겼습니다.

"아저씨? 동태가 눈을 안 뜨면 거저 주실래요?"

"당연하죠? 저만 믿으세요? 얘들아 눈을 떠 봐? 어어, 얘들 봐라. 다들 죽은 척하는 연기가 대단하네!"

하하 호호 웃고야 맙니다.

죽은 생선이 눈을 껌벅이고야 마는 기댐은 행복한 일상이지요. 어울렁 더울렁 기댐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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