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했지?

맞아, 그랬어!

by 이봄

그러더라고, 여동생의 아는 사람이 그랬다고 하더라고....

"오빠? 캘리가 너무 멋지데...."

"그래? 내 글씨가 맘에 든 다니 나도 고맙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부탁받은 얘기가 있지요. 처음엔 의아하고 동조할 수가 없었지요. 뭐랄까? 뭐 심각한 얘기는 아니기도 하고, 그저 스쳐 지나치는 바람 같은 얘기였어요. 안부를 묻듯 낭창이는 버들가지 시원한 가을. 하늘 가득 솜털 구름이 계절을 얘기하고, 어쩐지 가슴은 벌렁거려 가을이구나 했을 때 그러더군요.

"가훈 하나만 써 줄래?"

"뭔데?"

그랬더니 그랬지요.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그랬습니다. 정말 가훈이 '어쩔 수 없지 뭐'야?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더군요. 웃었지요. 그렇지 않나요? 누구나 실소를 자아낼 가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쩔 수 없지 뭐?"라니.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뒤 곱씹어보니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살면서 마주한 그런 상황이 한둘이 아니었지요. 해도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소위 '하면 된다!'는 얼토당토않은 구호에 내밀려 한 줌 남은 기력을 탕진하고야 마는 절망은 예나 지금이나 강요되지만 강요가 아닌 노력이란 미명으로 지금도 '쌩쌩 생생'하기도 하니까요.

촤선의 노력을 했을 때, 아니면 애당초 전혀 적성이 아닌 일에 내몰려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일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하는 질문이겠지만,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노력은 그 끝에 달디 단 열매가 기다린다고 숱한 거짓말에 얼마나 당황하고 좌절했는지? 긍정의 포기? 현실을 인지하고 쿨하게 포기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해서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웃기는 가훈 하나.

"어쩔 수 없지 뭐"

풀 죽어 늘어진 어깨를 만난다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나도 진심으로 얘기하고 싶은 말이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지금은 잠시 쉬어가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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