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21.

날씨 맑음

by 이봄

잠깐 술 사러 나간 세상엔 햇살은 곱고

바람은 예쁘더이다.

파란 하늘에 솔가지 하나 그림처럼 걸리고

짖꿎은 바람은 간질간질 장난을 쳤지요.

다섯 손가락 단풍은 얼굴을 붉혔어요.

가을입니다.

모진 겨울을 먼발치에 두고서

마지막 만찬을 먹는 오늘입니다.

툭하고 떨궈질 것들 가지마다 마음마다

송골송골 땀방울처럼 맺힌 날에 어쩐지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가야지요.

가라시니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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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정해진 길은 없습니다.

종일 마신 술에 취했으니 길은 흔들리고

몸뚱이도 그렇고야 맙니다.

원망도 없습니다.

꽉 찬 삼 년입니다.

고맙고 행복했지요.

다만 길 위에 버려진 느낌입니다.

갈팡질팡 길이 없어 슬플 뿐입니다.

말 하나에 꿈, 말 하나에 절망.

내 그릇이 요만합니다.

종재기 하나 추스를 수가 없습니다.

쉰셋, 나이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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