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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송 캘리 탁 맛있는 인생
소원 하나
빌어요
by
이봄
Nov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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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도 없는 인생이라서
묘비석 하나 세워달라 빌지도 못해요.
그저 흔적도 없이 활활 연기면 됐다 싶지요.
종일 자다 일어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태어났으니 가야 하고,
가는 날의 장단長短이야 높으신 저 위에서
알아서 할 터이지만
소원 하나 있습니다.
술 한 잔에 거나한 몸짓에다
담배 한 개비 후련하게 피워 물고서
찰나 지간에 갔으면 합니다.
그럴 것만 같아서 그럽니다. 남아서, 살아서
짐이고는 싶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해 준 것도 없는 아비가 몸뚱이 남겨
짐이 된다면 슬프지요.
정말 그렇습니다. 작년 새벽일을 한다니까
큰 애가 바지에다 패딩에다 두루두루 옷을 챙겼더군요.
건강만 하셔요! 하는 메모지도 있었습니다.
그런 거 아시나요?
딸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얼추 사 년을 못 본 듯합니다.
자다가도 꿈에 가끔 나타나는 녀석인데
날 너무 닮아서 더 좋기도 하지만 그게 못내
미안하기도 합니다.
뭐 대단한 예술을 한 적도 없지만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더 예민하고 고통스럽게 인생을 살았습니다.
딸이 그 길을 가고 있지요.
이런.... 삼천포로 빠졌군요.
좌우지간에 그런 애들에게 짐이고 싶지는 않네요.
한 줌의 재라도 남기질 않기를 바라요.
훌훌 바람으로 마무리되길 소원하고, 또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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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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