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기도 하지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거침이 없네요

by 이봄

뭔 시간이 이리도 빠른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하루만 주어지는 휴일이라고 더욱 그렇겠지만 평일의 그것과 휴일의 그것은 확연히 다르구나 하게 됩니다. 빨래 한 번을 돌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또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을 견디는 날들입니다.

마음이 가라앉으니 손을 놓게 됩니다. 종일 굶다가 나가는 길이라 꼬르륵꼬르륵 난리도 아닙니다. 먹는 것도 귀찮으니 마음이란 게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의욕을 잃으면 세상만사가 다 시들하고 시큰둥합니다. 살을 에는 칼바람을 뚫고서도 추운 줄 몰랐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까만 하늘엔 유독 새벽별들 총총히 빛났습니다. 찰랑찰랑 별들이 흔들리면 멀리 희뿌옇게 불빛이 달려왔었죠.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첫차입니다. 기다림의 끝에는 당신이 있었습니다. 터질 듯 설레던 가슴입니다.

계절은 다시 겨울이 됐습니다. 첫차를 탈 일은 없군요. 쏟아질 듯 매달린 별들을 볼 일도 없습니다. 헤드라이트가 밝히던 새벽길엔 여전히 동서울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잠든 시간을 깨우겠지요. 그리움 가득한 시간입니다.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두 눈을 감아도 보입니다.

두 귀를 닫아도 들립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눈 감는다고 해서 안 보일 그대가 아닙니다. 귀 닫는다고 해서 듣지 못하겠어요? 아쉽고 그리움이 커서 차마 잡지 못할 뿐입니다. 힘들고 아프면 좀 어때요? 이렇게 또 계절이 가고 하겠지요. 쓰고 아파도 내 마음입니다.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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