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 지난밤에 난 뭔 짓을까?, 확인하게 된다. 자는 사람들 깨우려는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물론 새벽 달갑지 않은 전화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이고 다행이다. 숙면에 빠져 벨소리조차 듣지 못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야 퇴근 후의 저녁시간이다만 그들에겐 단잠을 즐겨야 하는 새벽이 아니던가? 사실 나라고 해서 그 단잠을 방해하고 싶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다만, 종일을 가야 마음 담긴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하는 현실의 외로움이 문제일 거다. 목구멍에 거미줄이 덕지덕지 걸리는 요즘이니까.
말이란 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밥은 먹었니? 뭐해? 나랑 잠깐 수다 떨까?"
얼마나 그립고 정다운 말인지.... 눈물 나게 그리운 말이다. 눈을 떠 새벽의 흔적을 뒤졌다. 그러다 발견한 글 한 줄.
'내가 미쳤구나!' 하게 된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장 뭔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문장은 그랬다.
"나 죽으면 그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죽음이 벼슬도 아니고...."
그러게. 죽음이 벼슬도 아닌데 뭘 그래야 하지 않을까? 벗들의 추모가 바람을 타고 만장으로 나부낄 인생도 아니었고, 후배들의 추모가 서석대 돌기둥처럼 비석으로 남을 일은 더더욱 강변의 모래알처럼 작기만 한데, 뭘 그랬으면 했을까? 술이 깨고, 잠이 깨니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취기 속에서도 단서를 달고 있었구나. 그래, 뭘 알겠어. 쉰셋. 산등성이를 오르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깨달음 따위와는 영 다른 샛길에 서 있는데....
갈팡질팡 마음만 어지러웠을 거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그런 문장 하나 써 놓고서 그 잘난 이름 붉은 도장으로 남겼겠지. 나아가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는 더더욱 못하는 마음.
"진퇴양난進退兩難"
퇴로가 없는 길에 서서 새벽을 서성였었다. 절박함이 자연스레 불러낸 말은 '죽음'이었구나. 누구나 때로 떠올리고 매몰되기도 하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오늘에 합당한 말은 아니다. 그럴 생각도 없다. 뭘 그래야 하는지? 정말 그래야만 할 이유 하나쯤 만들어야겠지. 그 합당한 이유에 기대고서 훗날 새벽에 문장 하나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