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방에 누워 이렇게 중얼거리는 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적당히 배도 부르고 알딸딸 기분 좋게 오른 취기야 말해 뭣하겠어요. 몇 날 며칠을 징징거리는 얘기만 쏟아냈어도 지금 이 시간만큼은 헤벌쭉 행복합니다. 알코올의 위대함이 거기에 있겠지요. 가장 저렴하고, 가장 간단하게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뭐 그렇다고 중독은 아닙니다. 오해 마셔요. 적어도 아직은 그렇습니다. 종일 콧물을 훌쩍이다 돌아왔습니다. 지나치게 근검한 주인장 덕분에 손님이 없으면 칼바람이 부는 매장입니다. 어제는 어찌 그리 손님이 밀려들던지 혼줄이 났었는데 오늘은 발걸음이 뚝 끊겼습니다. 덕분에 시베리아 근처 옆동네서 종일 덜덜 떨어야만 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구한 날인데 매웠습니다. 손은 시리고 몸뚱이는 아렸습니다. 길고 긴 겨울이 송곳니 들어내고 있구나 하게 됩니다. 하긴, 겨울이란 게 추워야 제맛이기도 하고 춥지 않은 겨울은 생태적으로 이듬해의 재앙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춥다고 너무 앙탈을 부릴 수도 없지요. 해서 겨울다운 겨울을 밀어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내 마음이 헛헛하고 움츠려진 탓이겠지요.
매운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습니다. 서릿발 바득이듯 심장이 서걱였습니다. 아드득 바드득 부스러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새벽입니다.
마음을 놓으니 차라리 편안하고 후련합니다. 너무 오래 머물렀다 싶었습니다. 언제 그만둘까? 고민을 저울질하던 차였습니다. 그동안이야 머물러 행복한 이유가 차고 넘쳤으니 견디고 참았다지만 이젠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내일이라도 그만 두면 그만입니다. 미련이 남지 않았으니 선택의 무게도 그저 종잇장에 불과합니다. 돌아볼 일말의 이유가 없군요.
만고불변의 질리 중 하나가 있습니다. 모르지요. 만에 하나 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친구와는 절대 동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정말 그렇습니다. 미리 겪어본 어르신들의 말은 그만한 가치가 있지요. 친구로 만나 원수로 헤어지게 됩니다. 정말 친구이기는 했을까 하게 됩니다. 어느 날 그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인마, 내 애인한테 정말 고마워해야 해! 그녀가 아니었다면 벌써 열두 번도 때려치웠을 거야. 알아?"
더는 열세 번의 인내는 구차합니다. 그녀가 사라졌으니 있을 이유가 사라진 거죠. 은근 갑질에다 툭툭 내뱉는 멸시? 아무튼 친구도 잃고 가슴앓이만 남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만 두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후련하고, 시원하고, 상쾌하고, 행복합니다.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합니다. 종일 떨다가 돌아와 누운 자리가 참 따뜻합니다. 한동안 무위도식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떠돌이가 말짱에 묶여 너무 오래 머물렀지요. 없던 병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재밌지 못한 일상은 병을 부리기도 합니다.